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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6 17:26 수정 : 2005.03.16 17:26

그린피스 회원들이 고래잡이를 하고 있는 대형포경선을 대상으로 고래보호를 위한 선상 액션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는 'greenpeace' \

그린피스 레인보워리어 18일 인천입항…국제포경회의 맞서

“고래를 다시 잡아야 한다” “계속 보호해야 한다.”

지구에 존재하는 최대의 포유동물인 고래의 천적, 고래사냥꾼들이 한국으로 모인다. "고래 잡으러~" 국제적인 고래사냥꾼들의 모임 한달 전부터 전세계적 환경투쟁연대의 상징인 그린피스의 ’무지개 전사’가 한국에 입항한다. “고래 못잡아~”

오는 5월 울산에서 열리는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IWC)와 국제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레인보 워리어(무지개 전사 Rainbow Warrior)호의 오는 18일 인천항 입항을 계기로 ‘고래잡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국제포경위원회가 이번 연례회의에서 포경재개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레인보 워리어호가 한국에 장기 정박하며 “고래 보호”에 나선 것이다. 특히 포경어업의 근거지인 울산·장승포 지역은 그 논란의 핵심에 서 있다. 이 지역 주민들도 ‘울산지역 포경재개 추진위원회(포경재개추진위)’와 ‘고래사랑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포경 허용”과 “고래 보호”라는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 앞두고 그린피스 ‘고래보호캠페인’ 전개

기원전부터 이어져온 동해안에서의 고래잡이는 1985년 국제포경위원회의 포경금지 방침에 따라 86년 이후 중단됐다. 그러나 고래 보호 노력에 힘입어 고래들의 개체수가 늘어나자 고래사냥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사할린과 동해안 등지에 밍크고래가 출몰하고, 일본과 아이슬란드 같은 포경 지지국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포경허용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이번 연례회의 결정은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상업포경이 재개된다고 하더라고 멸종위기에 있는 귀신고래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생물종 다양성을 지키는 문제는 당장 멸종에 임박한 생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구 위 생물들 모두가 당면한 문제”라며 상업포경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1월18일 고래보호위원회를 발족, 상업포경 반대 캠페인 전개를 결의한데 이어 그린피스의 레인보 워리어호를 초청, 고래보호 해상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레인보 워리어호 입항은 상업포경 재개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고래 공동조사와 고래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크다.

환경운동연합과 그린피스는 18일 인천 제1부두에서 열리는 입항 환영식을 시작으로 약 한달여간 서해에서 동해까지 한국 연근해 바다를 항해하며 고래 공동조사, 그린피스 레인보 워리어호 오픈보트행사, 고래보호 선상캠페인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울산환경연합 오영애 사무차장은 “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레인보 워리어호 입항을 계기로 고래관련 특강과 학술발표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번 행사가 국내 포경반대 여론 형성과 고래보호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산·장생포 “고래잡이 허용하라!”VS“고래를 보호하자!” 분분

한국 포경어업의 전진기지인 울산·장생포 지역은 연례회의를 앞두고 포경 재개를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다. 이 지역에선 ‘포경재개추진위’와 ‘고래사랑회’ 등의 상반된 모임이 잇달아 생기며 여론대결이 시작됐다.

상업적 목적의 포경 허용을 주장하는 울산 남구 장생포동 발전협의회·어민회·노인회·청년회 등 대표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포경재개추진위’는 “고래로 인한 바다자원 고갈과 어민피해”를 주장하며, 제한적 포경을 허가해달라는 탄원서를 지난달 17일 울산시 남구청에 냈다. 지난달 21일부터는 장생포 주민들을 상대로 포경 찬성 서명운동을 전개 중이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포경금지 조치 이후 일본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은 과학 연구 목적의 자원조사를 이유로 고래를 잡아왔고, 그 수도 늘려왔다”며 “우리나라도 어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부 고래를 제한적(연간 100마리)으로 잡게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과거 고래잡이 전진기지의 명성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포경재개가 절실하며 정부와 울산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고래잡이는 금지돼 있지만 고기잡이 그물에 걸려 죽는 등 고의로 잡은 고래가 아니라는 사실이 검사에 의해 확인될 경우에는 시중 유통이 가능하다.

한편 지역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포경재개 반대 목소리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은 국제포경위원회 개최를 고래자원 보호와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 아래 전국의 환경단체 및 그린피스와 연대해 본격적인 고래보호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신민균 울산대 교수 등 평소 고래에 관심이 많은 10여명도 지난 4일 “시민들에게 고래를 제대로 알려 보호운동의 불씨를 지피자”는 취지로 ‘고래사랑회’를 만들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고래의 기원과 종류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담은 책자와 자료집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고래 전문가 초청강연, 고래보호 캠페인, 고래 생태학습, 고래 출현 모니터 활동 등을 펼칠 계획이다.

특히 이 모임 회원인 치과의사 문백섭씨는 18일 인천항에 입항하는 ‘레인보 워리어호’에 탑승해 거제, 제주, 포항 등을 돌며 고래 모니터링을 한 뒤 다음달 2일 그린피스 회원들과 함께 울산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김현배 고래사랑회 대표는 “포경 합법화 논란을 떠나 한반도 주변 고래 개체수 등 정확한 고래 정보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급선무”라며 “각종 자료를 토대로 고래 자원 보호의 필요성을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어쨌든 이번 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는 역대 총회 사상 가장 많은 57개국, 800여명의 각국 대표들이 참석하는 만큼 포경재개 문제가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회의장 안팎에서도 어느 때보다 뜨거운 찬반논란을 벌일 전망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레인보 워리어호

“May she sail forever for a green and peaceful planet.”
“레인보 워리어호는 녹색의 평화로운 지구를 위해 영원히 항해할 겁니다.”

‘무지개 전사’라는 뜻의 이 배 이름은 인간의 탐욕이 지구를 병들게 할 때 전설 속의 전사들이 무지개를 타고 내려와 지구를 지킨다는 북미 원주민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원래의 레인보 워리어호는 1985년 7월 남태평양 모루로어에서 벌어진 프랑스 핵실험 반대를 위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정박중이던 프랑스 정보요원에 의해 폭파돼 침몰됐다. 이 사고로 그린피스 활동가 한 명이 숨져, 프랑스 정부의 비도덕성과 핵실험에 대한 대대적인 비난과 반대운동이 일었다. 이를 계기로 그린피스의 핵실험 반대시위는 더 널리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의 폭파로 침몰한 배는 1989년 7월 전세계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레인보 워리어 2호로 재탄생했다. 그때부터 레인보 워리어호는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녹색과 평화의 지구를 위한 항해를 하고 있다.

이 배는 그동안 핵실험으로 인해 방사능에 오염된 남태평양 원주민들을 이주시키는 성과를 거두었고, 지난해 말 발생한 쓰나미 피해자를 위한 구호활동에도 참여했다. 이밖에도 고래잡이와 전쟁·지구온난화 등에도 맞서 세계의 바다를 누비고 있다.

그린피스에서 가장 유명한 캠페인 보트인 레인보 워리어호에는 최신 전자 항해장비와 통신설비 등이 갖춰져 있다. 이 최신 장비를 통해 이번 고래보호 공동캠페인도 전 세계 그린피스 회원들과 일반인들에게 항해일지와 모니터링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1957년 만들어진 이 배는 네델란드 선적으로 총 555톤, 길이 55.2m, 폭 8.54m, 최대 속력 12노트, 정원 28명 규모의 동력 범선이다. 지난 3월 초에는 일본 오키나와 해양 인근에 서식하는 듀공(바다소)을 살리기 위해 선상 캠페인 등을 벌이기도 했다.

■ 동해안 일대 고래잡이 역사

울산시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 그려진 고래잡이 그림은 우리나라의 ‘포경(고래잡이)’이 기원전 수세기 전부터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고구려 시대에는 “민중왕 4년(서기 47년)에 동해에 사는 고주리라는 사람이 고래를 잡아 임금님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있으며, 또 “불교가 전래된 이후 불경에서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신성시하는 고래의 포획을 금지하고 어구를 불태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고려 시대에는 “원나라 특사가 동해안 일대를 돌아다니며 고래 기름을 수탈해 갔다”는 사실이, 조선 시대 때는 네델란드 선원 하멜과 함께 표류하여 조선에서 억류되었다가 탈출한 에이보겐은 견문록에서 “조선 북동쪽 바다에 고래가 많아 출어를 하는데 긴 작살을 던져서 고래를 잡는다”고 기록하고 있는 등 역사가 길다.

20세기에 들어서부터는 조선과 해양기술의 발달로 상업적 포경이 본격화한다. 당시 고래의 천국이었던 동해안 역시 열강의 고래잡이 각축장으로 변했다. 포경선단은 동해안의 고래를 남획했다. 특히 러일전쟁 후 러시아로부터 조선연안의 포경권을 이어받은 일본은 해방 직전까지 수천마리의 고래를 잡았다. 그 결과 고래의 개체수는 급감했고, 참고래와 귀신고래 등이 멸종했다. 1985년 국제포경위원회는 고래잡이를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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