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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9 16:48 수정 : 2005.03.29 16:48

꼬물꼬물∼
우리 헤엄치게 해주세요

개울 주변 논 웅덩이 도란도란
1년농사 논갈이 빨라져
트렉터·경운기에 뒤죽박죽
뒷다리도 나오기 전에 최후맞아
운좋아 개구리돼도 횡사 마찬가지

요즘 계곡이나 개울 주변에 있는 논들 가운데 물이 고여 있는 곳을 찾아가면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개구리알 무더기를 더러 볼 수 있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난 북방산개구리와 아무르산개구리 등이 낳아 놓은 알들이다. 이처럼 개구리들이 산란할 수 있는 장소들은 각종 개발사업에 의한 습지 감소와 환경오염 등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개구리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곳들이다.

대전시 외곽의 뿌리공원 안쪽에 있는 300여평쯤 되는 논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지난주 찾았을 때 가장자리를 따라 만들어져 있는 어른 발목 깊이의 웅덩이 곳곳에는 개구리알 무더기가 몽글몽글 어우러져 있었다. 뭉쳐져 있는 개구리알들 사이에는 고리 모양을 한 도롱뇽알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낳아 놓은 지 오래된 개구리알 가운데는 이미 부화해 길이 10㎜ 남짓한 어린 올챙이로 자란 것들도 많았다. 때마침 내린 봄눈과 함께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진 탓인지 올챙이들은 논바닥에 딱 붙은 채 움직일 줄 몰랐다. 조그만 막대기로 물을 휘젓자 꼬물꼬물 도망을 간다.

이제 점차 기온이 올라가면서 북방산개구리와 아무르산개구리 같은 북방계 개구리의 올챙이들이 큰 올챙이로 자라날 때쯤이면 참개구리와 청개구리 등의 암놈들도 수컷을 등에 업은 채 알을 낳으러 찾아들 터이다. 이처럼 논에서 태어난 개구리알 가운데 실제로 개구리가 돼 인근 계곡이나 개울 등을 찾아갈 수 있는 놈들은 그리 많지 않다.

개구리알이 올챙이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온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지만 대략 20~30일, 올챙이에서 개구리가 되는 것 또한 온도와 먹이 공급에 크게 좌우되지만 2~3개월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른 모내기를 하는 부지런한 농민들은 3월말부터 물이 많은 논을 골라 못자리 만들기에 들어간다. 많은 개구리들이 올챙이 상태이거나 더러는 미처 올챙이도 되지 못한 상태에서 논갈이를 맞는 것이다.

▲ 대전시 침산동 유등천 상류에 있는 한 논 가장자리 웅덩이에 개구리들이 낳아 놓은 알들이 올챙이로 부화했다. 물속에 까맣게 모여 있는 것이 올챙이떼다.
자연전문 다큐멘터리 작가인 윤순태씨는 “봄에 야외 촬영을 다니다 보면 논에 있는 개구리알이나 올챙이들이 억세게 돌아가는 경운기나 트랙터 쟁기날에 마치 비빔밥처럼 흙에 버무려지는 것을 볼 때가 많다”며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개구리알이나 올챙이가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의왕시 청계산 들머리 ‘개구리논’에서 개구리 생태교육을 하고 있는 류창희 자연생태연구소 소장도 “개구리 개체수를 급격히 감소시킨 여러 원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서식지 파괴지만, 산골 조그만 논에까지 동력 농기계가 들어가 논갈이 시기가 빨라지면서 알이나 올챙이 상태에서 죽어가는 사례가 많아진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개구리 보호를 위해 아무르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등 3종을 취식금지 대상으로 지정해 놓았다. 청개구리나 무당개구리 등 다른 개구리들을 보호대상에서 뺀 이유가 사람들이 먹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모든 개구리들에게 보호막을 쳐둔 셈이다. 하지만 이 보호막은 개구리알이나 올챙이들에게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서재화 국립환경연구원 연구원은 “개구리알과 올챙이 보호를 위해서는 서식지 보호가 이뤄져야 되지만, 아직은 금개구리나 맹꽁이와 같은 멸종위기종 양서류에 대해서도 서식지 보호를 위한 별도 조처는 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좀더 근본적인 양서류 보존대책 마련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으나 예산 등 여러 제약 때문에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뿌리공원 앞 유등천에서 놀잇배 사업을 하는 황의삼(52)씨가 곧 논갈이를 할 논에 있는 개구리알들을 인근의 다른 습지에 옮겨주기 위해 모으고 있다.
그렇다고 개구리 성체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도로에 만들어져 있는 생태통로 하나만 봐도 그렇다. 대부분 포유류 등 큰 동물 위주로 설계돼,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의 이동은 그다지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양서파충류연구소 심재한 박사는 “독일과 같은 외국 사례를 보면 양서류들이 주로 이동하는 시기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순찰대를 구성해 도로변 배수로에 빠진 개구리나 두꺼비 등을 구조하고, 이들이 많이 나타나는 지역임을 알리는 도로표지판 등을 설치해 차바퀴에 깔리는 것을 막는 등의 보호활동이 활발하다”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정부는 물론 환경단체 쪽에서도 아직 포유류나 조류 등 인기 동물에만 관심을 쏟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순태씨는 “여름철에 개펄 등을 찾아 자연체험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관심 있는 단체나 학교 등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봄에 논으로 나가 그대로 두면 훼손될 수밖에 없는 개구리알들을 찾아 주변의 묵히는 무논이나 습지에 옮겨주는 활동을 펼칠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옮겨줄 적당한 장소를 찾기 어려울 경우 큰 올챙이가 될 때까지 자연학습 삼아 키운 뒤 물살이 약한 개울가에 풀어놓더라도 논에 그대로 둔 것보다는 생존율이 높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개구리알 무더기 사이에 보이는 도롱뇽알들.



이에 대해 류창희 소장은 “개구리알은 수질오염에 민감해 자칫 잘못 옮기면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옮길 경우에는 반드시 자연상태의 산란된 개구리알들이 있는 웅덩이를 찾아 옮겨 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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