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인 지난 5일 번진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용호리의 주민들이 6일 오전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르는 잿더미 속에서 쓸 만한 물건이 있는지 찾고 있다. 양양/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 양양산불 이재민들 막막함에 눈물 “1년 조금 넘은 새집이 다 타버렸습니다.” 이승재(61·강원 양양군 양양읍 사천리)씨는 이번 산불로 집을 잃었다. 이씨는 “속초에서 살던 아파트를 팔고 양복점을 하면서 모은 돈과 은행 대출금을 보태 1억5천만원짜리 집을 지어 지난해 1월 이사왔다”며 “노년에 선산을 지키고 조용한 곳에서 살려고 왔는데 이번 불로 숟가락 하나 안 남았다”고 말했다. 마을회관에 구호품으로 임시 잠자리를 마련한 이씨는 정부가 화재복구 방침을 발표하기만 기다리고 있다. 6일 양양지역에서 만난 이재민들은 마을 어귀마다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들은 아직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오는 집터에서 군인들이 잔불을 정리하는 모습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폐허 속에서 살림살이라도 건지려는 노력조차 없었다. 대부분의 집이 형체도 남지 않고 타버려 건져낼 것도 없기 때문이다. 속초해수욕장 앞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윤춘목(51·양양군 강현면 전진2리)씨는 5일 오후 병원을 다녀오느라 1시간쯤 집을 비운 사이에 집과 모텔을 모두 잃었다. 윤씨에게 남은 것은 입고 있는 옷과 병원에 가려고 챙긴 건강보험증, 현금 2만원이 전부다. 윤씨는 “건물 짓느라 진 빚이 3억원이나 남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해했다. 황규석(50·속초명성교회) 목사는 이번 화재로 집과 함께 평생 모은 책 2천여권을 모두 잃었다. 황 목사는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일제 때 책부터 남미에서 선교활동 하면서 모은 것들까지 소중히 간직해온 책들이 다 타버렸다”며 “집은 다시 지어도 책은 어떻게 하느냐”고 울먹였다. 주택 46채 가운데 29채가 잿더미로 변해버린 강현면 용호리에서 만난 장정규(60)씨는 “이웃 마을 후배 집에 불이 붙었다고 해서 도와주고 왔더니 내 집이 모두 타버렸다”며 허탈해했다. 장씨는 “다른 마을은 소방차들이 집에 미리 물이라도 뿌려줘서 피해가 그나마 적었지만 우리 마을은 워낙 갑작스럽게 불이 번져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재 양양군에서는 대한적십자사 봉사원 250여명이 이재민에게 구호물자를 나눠주고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허춘권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속초지구협의회장은 “지난해 속초에서도 큰 산불을 겪었기 때문에 양양 이재민들의 아픔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양양/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