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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6 18:59 수정 : 2005.04.06 18:59

■ 강원 산불 초기대응 논란

낙산사 달랑 소방차 1대만으로‘방어선’
접근로도 부족…‘임도’독일의 20분의 1

천년 고찰 낙산사의 주요 건물이 불타버린 것은 강한 바람 탓도 있지만, 당국의 안이한 초동 대응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대형 헬기가 크게 부족하고 정부의 종합적인 재난 대응체제가 미흡해 불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잔불 처리 소홀=낙산사 주지인 정념 스님은 6일 “5일 오후 1시30분께 ‘소방차를 대기만 시키지 말고 제발 1대라도 절 주변에 물을 뿌려 달라’고 부탁한 뒤에야 소방차가 물을 뿌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방차 1대만으로는 낙산사를 미리 적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잔불 처리를 제대로 못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산림청은 5일 오전 10시20분께 산불을 최종 진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양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던 헬기 4대를 고성 산불 현장으로 보냈다. 이 사이 잔불이 되살아났다. 종합상황실이 오후 3시2분 모든 헬기에 낙산사로 소집했지만, 이미 강풍을 탄 산불을 잡을 수 없는 상태였다. 김동현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연구사는 “문화재나 탄약고, 화학시설 등 위험시설물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미리 물을 뿌려주거나 주요 문화재를 옮겨야 했는데, 이번 산불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 항공관리소 상황실 관계자는 “산불 진화에 운용된 헬기 17대 가운데 4대만 고성으로 갔고, 잔불은 헬기가 아닌 지상인력이 끄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종합적인 재난 대응체제 미흡=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6일 소방헬기 15대와 소방차 141대, 군병력 1만5천여명, 경찰 2030명, 공무원 1920명 등을 총동원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휴일과 겹친 탓도 있지만, 총동원 체제가 산불이 다시 확산된 뒤에야 가동되기 시작했다.


강풍이 부는 산악지대 화재 때 꼭 필요한 대형 헬기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현재 산림청이 갖고 있는 헬기는 초대형 헬기 2대를 비롯해 대형 26대, 중형 12대, 산불감시용 2대 등 모두 42대다. 초대형 헬기는 한 번에 1만ℓ, 대형은 3000ℓ, 중형은 1000ℓ의 물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초속 20∼30m의 강풍이 불 때 산불을 진화할 수 있는 헬기는 초대형과 대형뿐이다.

한 민간항공사 기장은 “육군 항공대에는 수백대의 헬기가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초기에 국방부 등 관련 기관이 서로 협력하는 시스템이 구축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지난 5일 군용 CH-47(일명 시누크) 두 대를 양양지역 산불 진화에 투입했다”며 “군용 헬기는 소방용이 아니어서 산불 진화에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숲길 확충의 필요성=이번 화재는 험준한 산림지대에서 일어나 소방차와 진압 인력의 현장 접근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산림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임도(숲길)를 크게 늘려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산림 사이에 개설된 임도는 평상시에는 산림을 가꾸거나 보호활동을 하는 통로로 이용된다. 비상시에는 산불 진압 인력과 장비의 현장접근망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 평균 임도 밀도(임야 1㏊당 임도의 길이)는 2.39m이고, 강원도도 전국 평균치와 비슷한 2.37m에 불과하다. 이는 독일의 54m와 오스트레일리아의 42m에 비해 크게 부족한 편이다. 이웃인 일본의 12m에도 크게 못 미친다.

춘천/김종화, 양양/김남일,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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