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21 18:43
수정 : 2005.04.21 18:43
“야생동물 처지, 처참했어요”
“우리나라에 표범이 있었다는 걸 아세요?”
독립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황윤(34)감독은 한반도에 서식했던 아무르표범 보호를 위한 안내지를 기자에게 들이밀었다. 감독이기 이전에 그는 환경과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21일 제7회 교보생명환경문화상 환경예술부문 대상을 받았다. 야생동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운 공로다.
그는 지난 2001년 동물원에 갇힌 야생동물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작별>에서부터 지금까지 2편의 환경 독립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다.
야생동물의 이야기를 담은 최근작 <침묵의 숲>은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호평을 받았다. 한국에서 이미 사라진 표범, 호랑이나 꽃사슴, 여우의 흔적을 찾아 ‘녹색연합’관계자들과 생태운동가 박그림씨 등과 함께 중국 훈춘자연보호구역에서 두만강을 거쳐 백두산에 이른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2001년 촬영에 들어가 제작에만 3년이 걸렸다.
“야생동물들의 처지는 위태롭고 처참했습니다. 초고속 경제성장이 이뤄진 70~80년대가 야생동식물에게 멸종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현상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중국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셈이지요.”
우리나라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꽃사슴, 여우의 발자국, 희귀야생초와 새앙토끼를 백두산에서 발견했지만 감격과 함께 절망도 그만큼 컸다. 하루 수만 명이 들르는 백두산에는 산 아래부터 천지까지 산 전체에 마치 붕대를 감은 듯 길이 닦여있었다. 지구의 오랜 주인이며 동시에 숲의 주인이었던 야생동물들은 인간의 발걸음에 서식지를 빼앗긴 채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는 중이었다.
요즘 그는 지리산 일대 고속도로 주변에서 죽어가는 야생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찍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19번국도 변에서 죽어가는 동물은 고라니, 너구리, 삵, 수달 등 희귀야생동물들이다. 이 도로를 4차선으로 넓힌다는 얘기에 그는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인간이 쉽게 변하리라곤 생각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잖아요.”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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