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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안에서도 작은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태어난 한겨레신문사 옥상 생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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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위 초록뜰 ‘옥상 생태터’
●유치원 아이들에게 찾아온 변화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의 벧엘몬테소리유치원 주차장 귀퉁이에는 갖가지 식물들이 심어진 네모 형태의 붉은색 화분 50여개가 줄지어 서있다.
화분들 가운데 10여개에는 흙 대신 물이 가득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물 화분에는 창포, 줄, 마름 등 수생식물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이 화분들은 유치원 어린이들의 성화로 2년 전에 만든 것이다. 이 유치원이 3년전 옥상 120여평을 생태터(소생물서식공간·비오톱)로 꾸민 것이 계기였다. 옥상을 오르내리며 생태터의 소중함을 깨달은 어린이들이 주차장 바닥도 나비가 찾아들 수 있게 바꾸자고 조른 것이다. 화분은 주차장을 유지하면서도 아이들의 기특한 생각을 들어주기 위한 이동식 생태터인 셈이다.
생태터 조성 뒤 아이들에게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틀에 잡힌 듯하던 어린이들의 그림은 묘사가 세밀해졌고, 단순한 꽃 그림은 꽃에 나비가 날아와 앉는 그림으로 바뀌어 갔다. 이연숙 유치원장은 “그림 뿐 아니라 언어표현에서도 아이들의 자연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지고 심성이 순화되는 것을 확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김철민 한국도시비오톱연구센터 대표는 “이런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면 생태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는 시민이 됩니다. 생태터 개념의 녹화가 옥상에 녹색 카페트를 까는 것과 마찬가지인 조경 개념의 녹화와 구분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라며 옥상 생태터의 교육적 의미를 강조했다.
●도심 생태계에 작은 오아시스
옥상을 생태터로 꾸미는 일은 도심 생태계에 작은 오아시스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효과는 크다. 휴식공간 제공은 물론이고, 대기정화, 단열작용을 통한 에너지 절감, 산소방출과 습도조절 기능을 통한 국지적 기후개선, 빗물저장 등.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이바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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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 행당동 벧엘몬테소리 유치원 생태터 ‘창조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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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이처럼 자연을 끌어들이는 일은 평당 60만~70만원이면 가능하고, 서울시청이나 녹색문화재단 등이 비용지원 프로그램까지 운영중이지만, 옥상이 바뀌어가는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서울시내에서 본격적인 생태터 개념을 도입해 옥상녹화가 이뤄져 있는 곳은 중구 명동 유네스코빌딩과 신당동 보건소, 구로구 개봉동 목원유치원 등 10곳이 채 안된다. 김 대표는 “건물의 안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보기 좋고 보여주기 좋은 조경에 대한 선호, 홍보 부족 등으로 옥상 생태터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점 등이 겹친 탓”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회색도시에 생태터 개념의 옥상녹화를 전파할 또 하나의 교두보가 마련됐다. 모르타르가 거칠게 붙어 있는 회색 시멘트 벽, 외부로 노출된 붉은색 보와 기둥, 둥근 벽체에 답답하게 박혀 있는 창문들이 중세의 성채를 연상시키는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의 옥상과 3층 현관 앞 300여평이 생태터로 거듭난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도시내 생태터 운영의 새 모델을 실험하기 위한 장소로 한겨레신문사 건물을 점찍었고, 한겨레신문사는 이미 정원이 조성돼 있던 옥상과 3층 현관 주변을 내주었다. 조성 비용 대부분은 복권수익금의 일부를 할당받아 비영리법인이나 민간단체들의 비오톱 조성을 지원하는 녹색문화재단이 댔다.
한겨레신문사의 기존 옥상정원도 직원들이 올라와 휴식하기에는 크게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었다. 벽돌담이 둘러진 입구 쪽에는 자그마한 연못도 만들어져 있었다. 조약돌이 깔린 연못 위로는 아치형의 나무다리가 걸쳐졌고, 녹색 방수 페인트칠이 드러난 물 속에는 누군가 가져다 넣은 피라미도 몇 마리 돌아다녔다.
이 공간은 한국도시비오톱연구센터가 2달여에 걸쳐 품을 들인 결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정원 안쪽에 놓여 있던 나무의자들은 옆으로 밀려나고, 산책로 바닥의 벽돌과 주변의 잔디도 모두 걷혔다. 그 자리는 제비꽃, 애기원추리, 할미꽃, 비비추 등 수십종의 야생초가 대체했다.
옥상 구석 쪽으로 옮겨지면서 넓어진 연못에는 마치 논바닥처럼 흙이 깔리고, 줄, 꼬마부들, 골풀 등 수생식물이 심어졌다. 야생초와 덩쿨류, 관목·교목 등 70여종의 식물이 뿌리를 내린 이곳 저곳에는 썩어가는 나무 토막까지 나뒹굴어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느낌마저 든다.
한겨레신문사 옥상 생태터를 설계한 이태구 세명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다양한 식생의 수풀은 단조로운 식생에 비해 다양한 생물들을 품을 수 있다”며 “수풀 속의 나무토막도 그냥 어가는 것이 아니라 곤충들의 보금자리가 되면서 새들을 불러 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사 옥상에 가면 먹이감이 있다는 소문이 벌써 퍼진듯 24일 오후 옥상에는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부리로 흙을 뒤지고 있었다. 연못 위에는 인근 효창공원 쯤에서 날아온 듯 보이는 파르스름한 꼬리의 아시아실잠자리 세 마리가 맴을 돌았고, 반대편에서는 어느 야생초 잎사귀엔가 내려 앉았던 배추흰나비 한마리가 인기척에 놀란듯 날아 올랐다.
한겨레신문사 옥상녹화가 그렇다고 사람을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환경교육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특히 3층 현관 주변은 이웃 주민들의 쉼터 역할까지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생태터 조성 작업에는 이화여대 부설 마포자활후견기관 소속 주민들이 참여했으며 관리 작업도 주로 맡게 된다. 장지영 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센터 부장은 “사회적 약자층에 대한 사회적 일자리 제공과 옥상녹화의 연계 가능성 시험도 이번 사업의 주목적이었는데, 지금까지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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