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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1 16:51 수정 : 2005.01.21 16:51

천성산 고속철 터널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87일째 단식 중인 지율 스님의 건강이 크게 악화됐으나 정부가 스님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극한 상황이 우려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지율 스님이 단식 해제 조건으로 환경영향 공동 조사등 2가지 조건을 제시했지만 정부로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지율 스님과 만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도 이날 "지율 스님에 대해서는안타깝지만 청와대가 개입해서 공사를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율 스님이 단식 해제의 조건으로 내건 사항들을 수용할 여지가 없다는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측 '창구' 역할을 맡아온 남영주 국무총리 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회의중"이라는 이유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

지율 스님은 최근 정부측에 단식 해제 조건으로 △토목공사는 진행하되 발파공사를 3개월 보류할 것과 △터널공사가 천성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3개월간 공동조사할 것 등 2가지를 제시하며 21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지율 스님은 당초 본인의 거부로 무산된 법원 중재안(공사는 진행하되 6개월간공동 조사를 하는 방안)보다 한결 완화된 제의를 했음에도 이것마저도 수용될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다.

정부는 아직 지율 스님에게 공식 답변을 하지는 않았지만 요구조건 수용을 통한단식 중단보다는 입원 등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입원을 시켜도 지율 스님이 거부하는 한 링거를 억지로 맞게할수가 없다. 쇼크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강제입원을 시도할 경우 극단적인 결과가 예상돼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지난해 10월27일 환경부가 환경영향 공동 전문가 조사를 약속했다번복한 데 격분해 네 번째 단식에 들어갔으며 최근에는 청와대 부근에 아예 방을 구해놓고 물과 차만 마시는 방법으로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물이나 차에 다른 음식을 섞어 먹여도 이미 몸에서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율 스님의 측근 인사는 "스님이 언제든지 마음을 내려놓으면(살겠다는 의지를버린다는 뜻) 세상을 떠날 정도로 몸이 쇠약해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자가 20일 밤 청와대 부근의 한 찻집에서 지율 스님을 만났을 때에도 대화 도중에 간간이 "어지럽다"며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모습이 빈번해 건강이크게 악화됐음을 짐작케 했다.

지율 스님측의 이동준 변호사는 "지율 스님 본인도 단식을 중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을 원했을 것이다. 법원이 중재안을 제시할 때보다 정부 태도가 더 강경해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지인들의 중재 노력으로 문재인 수석이 이달 17일 밤 단식 장소를 방문해지율 스님을 만났으며 곽결호 환경부 장관도 20일 밤 단식 장소를 찾았지만 지율 스님이 미리 자리를 피해 면담에 실패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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