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 앞 문섬 바닷속에서 연산호가 물결 따라 흔들리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서귀포/이정우 기자 woo@hani.co.kr
|
하자없는 이사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9일 문화재청은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지를 천연기념물 제442호로 지정했다. 바닷속 동물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서귀포 앞 문섬과 범섬 일대가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421호)으로 지정됐지만, 연산호 군락지를 특정한 것은 아니었다. 문섬 일대는 다양한 산호초와 해조류가 모여 살고 아열대산 어류의 서식지가 형성돼 있는 생태계 보고다. 이 일대는 1999년 시립해양공원으로, 2000년 천연보호구역으로, 2002년 해양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잇따라 ‘승격’됐다. 바닷속 마을 터줏대감 격인 연산호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니 큰잔치가 벌어질 만하다. 세계적 군락 ‘바닷속 공기청정기’
태풍막고·인적 물적교류위해
생태계보호 조건 방파제 건립 그러나 연산호 마을은 위기에 휩싸여 있다. 서귀포 앞바다에서 남방파제 확장 공사가 한창 진행돼 연산호 주요 군락지의 하나가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남방파제 공사는 서귀포항 확장 계획에 따라 기존 240m의 제방을 130m 더 늘리는 작업이다. 그러나 실제 제방의 바닥은 180여m까지 뻗게 된다. 이곳은 연산호 등이 집중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해양벤처기업인 인더씨코리아의 해양생물다양성연구소(소장 김사흥) 조사로는 이 지역에 서식하는 저서 무척추동물은 254종으로 이 가운데 연산호같은 바위 따위에 붙어사는 부착성 생물만 70여종에 이른다. 전체 무척추동물 가운데 바다맨드라미 등 산호류가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서식지는 주로 현 남방파제 끝에서 80~150m 나간 지점에 집중돼 있다. 남방파제가 확장되면 연산호 등의 서식지는 고스란히 콘크리트로 뒤덮이고 만다. “방파제 아래 연산호 옮겨심자”
하지만 처음 해보는거라…
“잘못하다 죽을라” 고심 고심 %%990002%%남방파제 공사가 진행되는 서귀포항은 전형적인 ‘자연 보존과 이용의 상충지대’다. 남방파제 연장은 인적·물적 교류의 교두보인 서귀포항 확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2003년 태풍 매미가 휩쓸고 지나갔을 때 남방파제 연장부의 부재는 피해를 더욱 키웠다. 제주해양청의 공사 허가신청을 번번이 반려했던 문화재청도 그해 12월 마침내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해양생물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공법으로 보완하고, 바다로 유입되는 오·폐수를 차단하며, 서귀포항내 수온·염도·탁도 등을 볼 수 있는 전광판을 설치하는 등 10가지 요구조건을 걸고서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화재관리위원들조차 남방파제 공사구역의 연산호와 이웃 생물들을 포기했다. ‘이용’ 쪽에 무게가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일부 학계와 언론에서 외국의 선례를 들어 산호 이식 방안을 제기하면서 ‘연산호 구하기’가 본격 시작됐다. 해양수산청은 연산호 이식 사업을 추가로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예산 2억8천만원을 배정했다. 시행은 서귀포시에 맡겨졌다. 최대한 바닷속 연산호를 인근 바다로 ‘옮겨 심고’ 일부는 표본으로 만들어 박물관과 전시관 등에 보관하기로 했다. 그러나 또다시 논란이 생겼다. 연산호를 옮길 경우 이식지의 생태계에 대한 훼손 가능성이 문제로 떠올랐다. 문화재청은 연산호의 주요 서식지인 문섬 등 천연보호구역 안 이식은 곤란하다고 결론지었다. 사업도 관찰과 표본 만들기 위주로 바뀌어 이식 규모가 축소됐다. %%990003%%
더욱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새섬에 이식할 경우 연산호의 생존 확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중촬영 전문사진가 김병일(태평양다이빙스쿨 대표)씨는 “국내에서 해양생물 보전을 위한 이식 사업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 계속 이런 사업이 지속되려면 꼭 성공해야 한다”며 “그러나 새섬 쪽은 유속이 느려져 감태 등도 다 죽을 정도로 침전물이 쌓이고 있기 때문에 이식은 십중팔구 실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산호 이식 사례가 있지만 주로 경산호였고 연산호 이식은 사실상 처음이다. 송준임 이화여대 교수(동물계통학) 연구팀이 환경부의 차세대 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으로 연산호 배양 및 이식 연구를 통해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까지 받아놓았지만, 바다 속 연산호를 직접 옮겨 살려본 적은 없다. 경험도 없는 데다 시간도 없다. 산호 이식 때문에 공사를 중단하고 있는 해양수산청은 오는 4월부터는 나머지 구간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이식 작업에 2개월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직 이식 사업을 담당할 주체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990004%%
최광식 제주대 교수(무척추동물 양식학)는 “연산호 이식을 어떻게 진행할지 아직 한번의 공개 토론도 없었다”며 “공사가 다소 지연되더라도 충분한 검토를 통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귀포를 찾은 외국 해양생태학자들은 연산호 군락을 세계적 자원으로 평가했다. 이번 연산호의 이식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을지, 아니면 이식 실패로 빈축을 살지 갈림길에 섰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몰디브, 망가진 산호초 치유노력 “지진해일 흡수 피해절감” 주장도 “몰디브는 산호를 살려 자신들이 살고, 타이와 인도네시아는 산호를 죽여 자신들이 죽었다.” 서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 피해 뒤 나온 이런 평가는 정당한 것인가. 지난달 6일부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10차 기후변화협약 회의에서 96개 나라가 보고한 내용을 보면 세계 산호초의 70%가 파괴됐으며, 이 가운데 30%는 치유 불능 상태로 망가졌다. 몰디브도 예외는 아니어서 1998년까지만 해도 전체 산호초의 80%가 망가질 정도로 환경파괴가 심각했다. 그러나 몰디브는 해양보호구역(MPA)을 25개로 늘리는 등 적극적인 해양생태계 보호에 나서 지금까지 산호초의 50%를 치유하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몰디비의 쓰나미 피해 감소가 산호초 덕인지는 좀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오임상 서울대 교수(물리해양학)는 “산호초가 쓰나미의 에너지를 흡수해 육지에 충격을 덜 주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러나 산호초가 몇십년 만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어서 몰디브의 친환경 정책이 쓰나미의 피해를 막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산호는 열대와 아열대의 깨끗하고 따뜻한 물속에서 사는 소화기관을 가진 동물이다. 제주도는 평균 수온이 섭씨 16도이지만 쿠루시오난류 덕에 연산호의 서식지가 됐다. 산호는 많은 이웃 생물들의 서식지 노릇을 한다. 송준임 이화여대 교수팀이 조사한 바로는 이끼류와 고둥, 새우, 갯지렁이 등 100여종이 제주 연산호 마을에 살고 있다. 산호는 바닷속 공기청정기다. 산호 몸속에 공생하는 단세포 생물 갈충말(주산셀러)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산호는 이 탄산가스와 칼슘을 이용해 석회질로 골축을 만들고, 주산셀러가 주는 영양분으로 생명을 유지한다. 산호가 어느 정도의 빛이 들어올 수 있는 맑은 바닷속에서만 살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근영 기자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