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
‘새만금 조정안’ 정부 거부 |
법원판결 주목…법정공방 줄이어 사실상 사업 중단될듯
정부가 법원의 새만금 사업 조정권고안을 거부하기로 해, 새만금 사업의 지속 여부는 오는 2월4일 법원의 판결로 결론나게 됐다. 이에 따라 새만금 사업은 지루한 법정 공방을 통해 장기간 표류할 전망이다.
정부는 28일 오후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이해찬 국무총리와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회의를 열어 “민관위원회를 꾸려 새만금 사용 용도와 개발 범위를 먼저 정하고 환경평가를 거친 뒤 사업을 실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조정권고안을 수용할 경우 새만금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조정안 수용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김달중 농림부 기획관리실장은 이날 저녁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일 경우 위원회 구성과 토지이용계획, 수질대책 등을 마련하는 데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1991년부터 14년 동안 1조7천억원 이상을 투입한 국책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면 방조제 유실과 붕괴 등 현장의 심각한 안전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수용 거부 이유를 밝혔다.
정부로서는 권고안을 거부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권고안을 받아들여도 1999년 민관공동조사 때처럼 위원회 구성 단계에서부터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고 위원회가 구성돼도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아 새만금 사업이 표류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다.
법원은 정부가 2월2일까지 조정권고안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4일 1심 판결을 내릴 계획이다. 재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날 경우 환경단체 쪽은 새만금 방조제 33㎞ 가운데 남아 있는 2.7㎞에 대한 물막이 공사 중단 가처분 신청을 다시 낼 것이 확실하다. 이럴 경우 법원은 본안 판결에 준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것이 관례여서 새만금 사업은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이 잇따라 정부의 새만금 조정권고안 수용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정부가 권고안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정부와 환경·시민사회단체 사이의 갈등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정부는 사법부의 조정 권고안을 받아들여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대화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한국환경사회학회도 이날 “정부가 새만금 갯벌도 살리고 전북의 발전도 꾀하는 마지막 상생의 길을 외면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지난 27일 낸 논평에서 “법원은 정부로 하여금 법원의 조정권고안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자발적으로 실패한 정책을 수정할 마지막 기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문화연대도 정부가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여 새만금 간척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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