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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1 18:05 수정 : 2005.02.01 18:05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대명포구의 썰렁한 모습. 한강하구의 오염과 훼손으로 물고기가 사라져 요즘 아예 출어를 포기하는 배들이 많다.



그냥 죽어라 하실겁니까

민물과 짠물이 어우러져 해양동물·철새들의 낙원
공장·매립·골재채취…악취·기형어·어획량 감소
상·중류의 수질에 몰두하느라 죽음의 하류 아무도 몰라준다

지난 20일 강화도가 건너보이는 경기도 김포시 대곳면 대명포구에는 사리를 맞아 어선들이 북적였지만 어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제법 먼 덕적도에서 돌아온 12t급 안강망 어선 삼삼호는 기다리던 소형트럭이 무색하게 고작 플라스틱 상자 5개를 내려놓았다. 어획물은 제철인 삼세기 한 상자와 자잘한 숭어, 망둥어, 새우가 전부였다. 조업에 들어간 선원 네명의 품과 연료인 경유 세 드럼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확이다.

%%990002%%연·근해에서 고기가 잡히지 않게 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강 하구에 인접한 근해의 상황은 심각하다. 인천국제공항 가는 영종대교 아래에서 6t급 소형어선으로 4년째 낭장망 어업을 하는 차명서(46)씨는 “해마다 어획량이 절반으로 줄고 있다”며 “요즘엔 아예 조업을 포기한 배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업할 때마다 기형어가 대여섯마리씩 잡힌다”고 털어놓았다. 어민들은 특히 뻘을 먹는 숭어와 바닥에 사는 망둥어 가운데 피부에 혹·부스럼·패인 상처가 있거나 등이 휜 기형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어민 서수일(48)씨는 “수도권매립지나 화력발전소의 수문을 통해 악취와 거품이 진동하는 폐수가 바다로 흘러들곤 한다”며 “수질오염이 기형어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경남 인하대 해양학과 교수는 최근의 연구결과에서 “강화도와 김포시 사이 염하수로에서 잡힌 어류의 20% 가량이 기형어”라고 밝혔다. 한강에 실려온 오염물질의 약 3분의 1은 염하수로를 거쳐 인천연안으로 유입된다.

수질대책이 상수원이 있는 하천의 상·중류에 치중하는 사이 대책의 사각지대인 강하구는 급속히 망가지고 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강하구는 다양한 생물과 독특한 경관을 지닌 곳이다. 민물과 짠물이 만나고 영양분이 풍부한 이곳은 해양동물의 서식·양육·산란지이자 철새 도래지이다. 사람에게는 홍수 같은 자연재해의 완충지대와 어장, 관광지를 제공해 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강하구는 이런 전통적 기능보다는 산업단지와 해상운송, 하구언과 매립, 골재채취 장소로 주로 이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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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창희 박사팀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토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등과 함께 지난 한햇동안 수행한 ‘지속가능한 하구역 관리방안’ 1차 년도 연구보고서에서 “전국의 17개 주요 하구 가운데 접근이 금지된 한강하구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낙동강 하구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하구환경은 거의 훼손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전국의 하구역에는 77개의 산업단지와 농공단지를 비롯해 30만개 이상의 사업체가 입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 항만 물동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무역항이 위치한다. 또 전체 매립의 46%가 하구역에 집중됐으며, 2011년까지 현재 하구습지의 30% 이상이 추가로 훼손될 전망이다.

%%990004%%구체적으로 이 보고서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지속적인 환경악화가 예상되는 곳으로 한강·아산만·섬진강·새만금·가화천·태화강·영산강 하구역을 꼽았다.

이처럼 강하구가 훼손된 데는 하구역이 행정 관할의 공백지대란 점도 작용했다. 하구 환경관리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중앙부처만 적어도 6개에 이르지만 ‘하구역’이란 개념조차 없어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수질오염 총량관리제도에서 하구역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따라서 이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면 강하구는 배규모 오염배출시설의 도피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창희 박사는 “하구역을 이대로 이용과 개발의 대상으로만 본다면 우리 후손은 자연하구의 모습을 보러 외국에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처럼 강하구의 환경보전과 이용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국가 차원의 관리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포/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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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과 서해 경계는

한강 하류에서 어디까지가 한강이고 어디부터 서해일까.

현행법을 적용하면, 김포와 강화 경계에 위치한 한강 하류의 섬인 유도의 해발 31m 산꼭대기를 남북으로 가르는 직선을 중심으로 오른쪽이 한강이고 왼쪽은 서해이다. 유도 오른쪽은 하천법이 적용돼 환경부 소관이고 왼쪽은 해양수산부 관할이다.

바닷물 잠실수중보까지 오르고
강물은 영흥도·자월도에 내려가
인간이 그어놓은 선 별 의미 없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강하구를 가 본 사람이라면 이런 구분이 지나치게 자의적임을 알 수 있다. 바다의 시작은 멀리는 잠실수중보까지 거슬러 오른다. 여기까지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아 수위가 변동하기 때문이다. 또 바닷물이 직접 침투하는 범위는 신곡수중보까지이다. 한강개발사업 이전에는 짠물이 노량진까지 거슬러 올라왔다.

반대로 강물은 바다 멀리까지 영향을 끼친다. 홍수 때 그 범위는 영흥도, 자월도 등 경기만 전역에 이른다. 갈수기에도 인천 월미도 앞까지 민물이 온다. 따라서 담수와 해수가 섞이는 숭어·황복 등 기수역 어류는 월미도 앞바다에서 신곡수중보 앞까지 먹이를 찾거나 산란을 위해 드나든다.

새들은 강하구의 이용범위가 더욱 넓다. 강화도의 부속섬들은 월동이나 번식지로, 하구갯벌은 먹이를 먹는 곳으로, 그리고 인근 산지는 휴식처로 쓰인다. 따라서 이러한 생태학적 온전성을 지키려면 한강하구의 관리범위는 육상쪽으로는 잠실수중보까지, 바다쪽으로는 강화도와 인근 섬들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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