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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2 15:57 수정 : 2005.02.02 15:57

KTX의 천성산 통과 공사 문제로 99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지율스님을 만나기 위해 2일 낮 정토회관을 찾은 김수환추기경이 지율스님은 만나지 못하고 법륜스님(오른쪽)과 대화를 나눈 뒤 고개를 숙인 채정토회관을 나서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천성산 관통 터널공사에 반대하는 지율스님(48.여)은 단식 100일째를 하루 앞둔 2일 심한 저혈압 증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율스님은 이날 오전 단식 장소인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 건물을 찾은 조계종총무원장 법장스님에게 이같은 심경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고 정토회측은 밝혔다.

지율스님은 대필로 작성된 서한을 통해 "티끌처럼 낮아지고 가벼워져야 제 원력도 끝이 날 것 같습니다. 바라건대 천성산과 함께 한 모든 인연을 자애로운 마음으로 거두어 주소서"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도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지율스님의 악화된 건강상태와 최근 심경 등을 전했다.

법륜스님은 "지율스님은 평소 복용하던 소금마저 목으로 넘어가지 않아 현재 간장을 섞어 마시는 상태다. 3일 전에 혈압을 재 보았는데 40-70mmHg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율스님은 오늘 햇볕을 쬔 뒤 `조금 나아진 것 같다'라고 말하기는 했다.

그러나 단식기간이 100일째를 맞는다는 이유로 세인들의 관심이 몰리는 것 때문에마음을 편히 갖지 못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지율스님이 정토회측에 "내 장례는 10명 정도만 참석한 가운데 소박하게 치르고 싶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전날 정토회측에서 발표한 호소문과 함께 자신이 단식 중에 직접 도롱뇽 모양의 수를 놓은 것을 동봉해 청와대로 전달해 줄 것을 부탁한 사실도 정토회 관계자가 소개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날 정오께 정토회관을 찾아 법륜스님, 정토회 대표인 유수스님 등과 면담을 갖고 지율스님의 단식 중단을 권유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

▲ 지율 스님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정토회 본부에서 초췌한 모습으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 추기경은 면담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람은 살아야 하는데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거듭 설득했고 정토회측은 "본인이 원치 않아서 어쩔 수 없다. 추기경께서 찾아오셨으니 기적이 있지 않겠느냐"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이날 국무총리실 남영주 민정수석 비서관과 조남호 서초구청장 등이 정토회관을 방문했으나 지율스님과 면담은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 굴삭기 소리에 눈물 주르르…살려달란 외침 들렸다

지율 스님은 지난해 시민운동가들에 의해 ‘최고의 시민운동가’로 뽑혔다. 그는 이렇게 운동가이자 승려이지만 실은 그의 ‘지독한’ 운동방식(단식)에 운동가들과 승려들이 가장 ‘불편’해하고 있다.

왜일까. 그는 통상적인 ‘운동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율 스님이 현재 머물고 있는 서울 서초동 정토회관의 지도법사 법륜 스님은 “통상 ‘운동’이란 현실적인 타협을 해가며 자신의 동조자를 규합하고 세를 불려나가는 것이라고 할 때, 주위의 동조 여부를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생명을 던지는 지율 스님을 통상적인 ‘운동가’로서 이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92년 출가…98년부터 산지기

실제 지율 스님은 초미의 관심인물이 되어왔지만, 얼마 전까지도 새만금을 새의 이름으로 알 정도로 세상 일에 캄캄했다. 누군가 노동운동가 전태일과 자신을 비교할 때도 전태일이 누구인지, 운동가들이 관심갖는 국가보안법이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지율 스님은 경남 산청군 색동면 지리산 기슭에서 태어난 ‘타고난 산사람’이다. 1992년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청하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이래 94년부터 줄곧 산사의 선방에서 참선한 선승이었다.

그가 천성산 내원사로 들어간 것은 98년. 참선하며 2000년부터 맡은 소임이 산을 지키는 ‘산감’이었다. 고찰에서 산감은 산신령을 대신해 산을 지키는 사람이다. 이를테면 천성산지기가 된 것이다. 그는 2001년 4월 산 정상부위까지 굴삭기가 올라오는 현장을 보았다. 그는 그 때 “까닭 없이 눈물이 흘렀고, 그 눈물은 좀체 그치지 않았다. 나는 그 때 산이 울고 있다고 느꼈고, 살려달라고 하는 애원의 소리를 들었으며,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고 고백했다.

그 뒤 그가 천성산을 오르내린 것만도 무려 400여차례에 이른다고 한다. 대승불교 보살은 ‘동체대비(同體大悲)’의 화현이다. 그는 이미 도룡뇽, 산개구리, 나비, 고란초, 일엽초 등 천성산의 수많은 생명들과 한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몸짓에 ‘운동’과 ‘타협’이 어울릴 수 없었던 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성산 개발의 방조자가 된 양심 때문에 지율 스님의 단식 중단을 호소했지만, 여전히 지율 스님은 “말라가는 것은 내가 아니라 우리의 산과 샘, 개울”이라며, 자신이 아니라 죽어가는 생명을 봐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일반인은 한 사람의 목숨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미 그는 한 사람이 아니라 수억의 생명인 셈이다.

조연현 기자cho@hani.co.kr


■ 천성산터널 반대 일지

○ 1990년 6월=고속철도 노선 발표(서울~천안~대전~대구~경주~부산)
○ 1991~1994=환경영향평가 실시
○ 2002년 6월1일=경부고속철 2단계 대구~부산 착공
○ 〃7월=천성산 대책위 구성
○ 〃12월4일=노무현 후보 천성산 터널 백지화 공약
○ 2003년 2월5일=지율 스님 부산시청 앞 1차 단식(38일간)
○ 〃5월12일=노선재검토위원회 구성
○ 〃10월5일=지율 부산시청 앞 2차 단식(45일간)
○ 〃10월20일=천성산대책위, 도롱뇽 원고로 터널공사 금지 가처분신청
○ 〃12월2일=천성산 구간 공사착공
○ 2004년 4월9일=울산지법,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각하 및 기각
○ 〃6월30일=지율 청와대 앞 3차 단식(58일간)
○ 〃10월19일=환경부, 천성산 터널공사 습지 영향 없다고 발표
○ 〃10월27일=지율 4차 단식(100일째 계속)
○ 〃11월29일=부산고법, 가처분신청 항고심 각하 및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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