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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01 06:00 수정 : 2018.10.01 11:37

북서태평양 상공을 뒤덮고 있는 전형적인 층적운의 모습. 지구의 온도를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하는 양면성을 지닌 구름이 지구 온난화에 따라 어떻게 변할 것인지는 최신 기후모델로도 제대로 예측할 수 없어 기후변화 예측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대표적 요인이 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 제공

[한겨레 미래&과학]
지구 표면 3분의 2 덮고 있는 구름
수시로 변하며 기온·강우에 영향
기존 모델론 수많은 변화상 못담아
과학계 스스로 신뢰도 ‘중간’ 평가
미, 인공지능 활용 모델 개발 나서

해상도 높일수록 불확실성 줄지만
요소들 많아 컴퓨터 능력에도 한계
질 높은 관측·슈퍼컴 향상 함께 가야

북서태평양 상공을 뒤덮고 있는 전형적인 층적운의 모습. 지구의 온도를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하는 양면성을 지닌 구름이 지구 온난화에 따라 어떻게 변할 것인지는 최신 기후모델로도 제대로 예측할 수 없어 기후변화 예측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대표적 요인이 되고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 제공
구름은 온난화와 냉각화 효과를 동시에 지니고 변화무쌍하게 움직여 기후모델에 의한 미래 기후 예측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주범으로 꼽힌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후모델이 구름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잡아내 이 불확실성을 낮춰줄 수 있을까.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기후모델을 다루는 전문가들 사이의 최근 화제 하나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기후학자인 타피오 슈나이더가 중심이 된 연구자들이 전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와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폴 앨런 등 과학 연구 후원자들의 자금 지원으로 인공지능(AI)의 기계 학습을 이용한 최신 기후모델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지난 26일 미국 에너지부 산하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 방문 중 전화 통화에서 “여기서도 그 이야기를 했다. 모델에서 구름을 모의할 때 에이아이 방식을 써보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에이아이로 구름 관련 새로운 경험식을 뽑아내는 것은 꽤나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2021년 나올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제6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 주저자로 선정된 기후모델 전문가다.

기후모델은 대기 상층에서부터 해저까지를 작은 상자 형태로 잘게 쪼갠 가상의 지구와 기후 관련 물리법칙 및 대기, 해양, 지표면에서 실제 일어나는 다양한 기후 관련 현상을 수식화한 방정식들로 구성된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슈나이더 박사 연구팀이 기계 학습 인공지능을 동원한 새 기후모델 개발의 초점을 구름에 맞춘 것은 구름이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모델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대표적 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구름은 지표로 내리쬐는 햇볕을 반사해 지구 온도를 낮출 수도 있고, 우주로 빠져나가는 적외선 복사를 막아 지구 온도를 높일 수도 있다. 지구의 3분의2 가량 되는 광대한 면적을 덮고 있으면서도 각각의 구름 덩어리는 몇 분도 안되는 시간에 만들어져 좁은 면적에 집중호우를 뿌리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구름의 움직임은 가상의 지구를 구성하는 상자의 격자 크기 가로세로 100~200㎞ 정도인 기후모델로는 잡아낼 수 없다. 기후모델 개발자들이 각 격자 안의 다양한 구름의 실제 움직임이 아니라 평균적인 구름의 움직임을 수식으로 구현하는 이른바 ‘모수화’(parameterisations) 방식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같은 온난화 시나리오를 넣고 돌려도 모델마다 내놓는 결과가 다른 것은 이 모수화와 관련돼 있다. 모수화에 사용되는 기초자료가 관측 결과와 연구자의 경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이 60년대 중반부터 구름 사진을 찍고 있지만 그 형태가 물방울인지 얼음알갱이인지 구분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모델링에 사용할 양질의 관측 결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따라서 관측 결과의 취사선택과 해석 차이에 의한 왜곡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연구자의 주관이 끼어들기 어려운 인공지능에 의한 모수화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윤 교수는 “모델의 첫번째 한계는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현상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후모델은 굉장히 다양한 물리·화학 작용을 모의하지만,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도 부족하고 수학적으로 묘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지구 전체를 수백~수만개의 격자로 나누고 5~30분의 간격으로 적분하는 시공간적 제한 때문에 커다란 제약을 전제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1990년 아이피시시의 제1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대기모델에 지표모델과 해양·해빙모델을 덧붙인 형태였던 전 지구 기후모델은 2007년 제4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 작성 단계 때 이미 탄소 순환과 에어로솔, 식물역학, 대기화학, 육상얼음을 모사하는 모델들이 결합한 지구 시스템 모델로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이 모델이 생산한 미래 예측 결과의 신뢰도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크게 높지는 않다. 과학계의 합의를 담았다고 할 수 있는 아이피시시의 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를 보면, 구체적인 미래 기후 예측 내용 가운데 매우높음-높음-중간-낮음-매우낮음 등 5단계로 구분한 신뢰도가 중간 이하로 평가된 대목이 적지 않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경로에 따른 4개 시나리오별로 이번 세기 중반(2046~2065년) 예상 지구 평균 온도를 제시하고는 신뢰도는 ‘중간’으로 평가했다. 세기말까지의 해수면 상승 폭 전망, 영구동토층 감소 전망, 북반구 봄 적설면적 감소 전망 등에 대한 신뢰도도 마찬가지다.

기후모델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은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해상도를 높일 수도 없다. 컴퓨터 연산능력의 한계 때문이다.

기후모델은 날씨예보에 쓰는 단순한 수치모델과 계산량에서 비교가 안 된다. 여러가지 모델이 결합된 구조와 긴 모사시간 때문이다. 수치모델의 동네 날씨예보 기간이 3일인데 비해, 기후모델이 국제 기준에 맞는 자료를 내기 위해 모사해야 하는 기간은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 165년과 미래 85년 동안이다. 산업혁명 이전 시기 600년 동안을 대상으로 한 기준실험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세계기상기구(WMO) 산하 결합모델링실무그룹(WGCM)이 제6차 아이피시시 보고서에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인 결합모델상호비교프로젝트(CMIP6)에 참여하고 있는 국립기상과학원이 1초에 5800조 회의 연산능력을 지닌 기상청 슈퍼컴으로 수평 해상도 135㎞짜리 기후모델을 24시간 내내 돌려 모사하는 기간은 3년 정도다. 현재부터 이번 세기말까지 한 번 모사하는 데만 슈퍼컴을 24시간 계속 돌려서 한 달 가까이 걸린다는 얘기다.

국립기상과학원의 지구시스템모델 개발을 총괄하는 변영화 기후연구과장은 “‘앙상블’이라고 불리는 조건을 달리한 실험 결과를 각 시나리오마다 3개씩 제출하게 돼 있는 국제 기준에 맞추려면 1년은 잡아야 2100년까지의 미래까지 돌려볼 수 있기 때문에 해상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최근의 모델은 해상도는 어느 정도 참을만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이제까지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모듈을 붙여 기후 시스템 안에서 벌어지는 과정들이 더 상세히 모사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지구 기후모델은 너무나 많은 현상을 포함하고 있어서 어떤 것이 가장 큰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며 “기후모델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새로운 관측자료의 확보와 이를 이용한 모의 방식 개선, 슈퍼컴을 이용한 다양하고 많은 실험을 통해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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