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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0 08:15 수정 : 2019.03.20 20:14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8일 오후 세종시 정부청사 환경부 장관실에서 본지 안영춘 논설위원과 직격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세종/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안영춘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조명래 환경부 장관

‘고농도 사태’에 잘 대응 못한 점 뼈아파
비상저감조치 때 ‘민간 2부제’ 적극 검토
집과 장관실에 공기청정기 가동 안한다

미세먼지 감축, 총량 기준 35%까지 높일 것
중국 쪽과 얘기해보면 의외로 공감대 넓어
4대강 보 철거, 주민의견 계속 수렴할 계획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8일 오후 세종시 정부청사 환경부 장관실에서 본지 안영춘 논설위원과 직격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세종/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공기를 다루는 일은 아득해서 사람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쉬이 간주되지 않는다. 제갈량이 실제로 적벽에서 호풍환우(비와 바람을 불러일으킴)했더라도 역사가 아닌 전설이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거기 있다. 우리는 3월 초 고농도 (초)미세먼지라는 아득한 적에게 일주일 동안 완전히 포위됐다. 적들은 우리 허파 속으로 깊숙이 침투했다.

한바탕 전투가 쓸고 지나갔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그 전투의 사령관이었다. 대학교수 출신인 그에게 100점 만점으로 자기평가를 요청했다. 그는 “60점에서 70점 사이”라고 했다. “조심스럽다”고 단서를 달았다. 미세먼지에 완패했다고 여기는 이들은 이조차 과하다 할지 모른다. 상대가 워낙 난적임을 참작해 가산점이라도 준 걸까.

그러나 조 장관의 자기비판은 신랄했다. 이번 사태가 유례없었고, 미세먼지특별법 시행이 채 한달도 되지 않았다는 것은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고농도 상태가 지속되는데도 처음과 동일한 강도로 대응한 점, 뒤늦게 전 부처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 점, 지방자치단체 이행 현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점 등이 뼈아프다고 했다.

조 장관을 18일 오후 세종시 집무실에서 만나 저 아득한 공기를 붙잡을 그물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장관실이나 댁에 공기청정기가 있습니까?

“(배석한 이들을 둘러보며) 우리 방에 있어요? 아, 없군요. 저희 집엔 분양할 때부터 달려 있었는데, 켜본 적은 없습니다.”

조 장관이 ‘환경정의’라는 단체의 공동대표를 지낸 사실이 떠올랐다. 환경정의란 생명 유지에 가장 필수적인 환경재가 사회적 약자와 강자 모두에게 평등하게 분배돼야 한다는 가치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평등은 모두가 미세먼지를 마시는 게 아니라 청정하고 안전한 공기를 정화장치 없이 마시는 것으로 실현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멀고, 상황은 비상하다.

―정부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왜 체감하기 어려운 겁니까. 표현만 비상하지 정작 사후약방문 아닌가요?

“평소에 적극적으로 미세먼지 감축 노력을 해야 하지만, 일시적으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배출량을 줄이는 조처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난해 11월에 공공부문 중심으로 시행한 비상저감조치 효과를 분석했을 때 수도권 초미세먼지(PM2.5)가 4.7% 줄어든 것으로 나왔습니다. 특별법 시행으로 민간부문의 감축 의무가 반영되면 더 크게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비상저감조치 실적은 현재 취합 중입니다.”

―옥외 공기정화기나 인공강우는 정밀한 검토 없이 내놓은 임기응변이나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공기정화기는 미세먼지 총량을 줄이려는 구상이 아닙니다.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한 결과, 긴급 상황에서 제한된 구역에 시범적으로 적용해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물을 뿌리거나 진공청소차를 운행하는 것이 한정된 지역에서 한정된 효과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워낙 찬반이 갈리고 있어서 충분히 더 검토해보려고 합니다. 인공강우도 지난 1월 실험에서 대기 중에 구름 발달 등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시도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중요한 건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이 과연 희화화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이는 민간차량 2부제는 정작 망설이는 것 같습니다.

“논의의 역사는 깁니다. 시민들의 교통권 제약과 실제 효과에 관한 논쟁으로 도입하지 못한 걸로 압니다. 국민의 생계와 관련된 부분도 크고, 해당 범위가 넓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하겠습니다. 다만 비상저감조치 기간에 한해 시행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중국 베이징엔 경유 승용차가 없습니다. 연간 신규 차량 10만대를 허용하는데 6만대가 친환경차, 4만대가 내연기관차입니다.”

―비상저감조치가 필요한 고농도 일수는 왜 더 잦아지고 갈수록 길어지는 겁니까?

“지난해 초미세먼지 농도는 전년보다 8% 줄고 ‘좋음 일수’는 서울의 경우 29일이 늘었습니다. 문제는 고농도 일수가 갑자기 늘고 또 길어진 건데요. 배출량 자체가 여전히 많은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거기에 대기 정체 상태로 인해 생성된 2차 미세먼지가 더해지면 십중팔구 고농도가 발생합니다. 대기 정체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깊고요.”

―결국 중장기적인 대책이 성공해야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얘기인가요?

“사실 미세먼지가 본격적으로 공공정책의 대상이 된 건 최근의 일입니다. 미세먼지특별법도 지난 2월15일에야 시행했고요. 과거 정부 땐 클린 디젤이다 석탄 발전 확대다 해서 오히려 거꾸로 가는 정책들도 있었죠. 현 정부 들어 해마다 종합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과거 정부 정책을 재정비하고 추가로 새 제도까지 만들어야 하는 실정입니다. 가장 큰 부분은 전체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사업장 배출 미세먼지입니다. 최근 국회에서 미세먼지 관련법들이 제·개정돼 수도권 이외 지역 사업장에서도 배출 총량제를 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배출 총량을 42%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합니다. 정부 임기 내 미세먼지 총량 감축목표를 30%에서 35.8%로 높이고,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너무 낙관하는 거 아닙니까?

“미세먼지 문제는 정부 힘으로만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치권이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공감했기에 이번에 미세먼지 관련 법안을 제·개정하는 데 초당적인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국민이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때까지는 공공정책으로 최대한 풀어가겠습니다. 야권에서 범국가기구를 먼저 제안한 것도 고무적입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미세먼지 범국가기구 위원장을 제안한 건 좀 뜻밖인데요, 반 전 총장이 수락한 걸 두고 향후 정치적 행보와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다만 반 전 총장은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문제가 다시 정파적 논쟁에 휩싸이면 안 된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미세먼지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비칩니다. 특히, 많은 국민이 우리 정부가 중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과 만나 보면 의외로 공감대가 넓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최근 외교적 수사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난달 한-중 환경장관 회담에서는 실행 일정까지 담보한 여러 공동사업에 상당한 정도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고위급 정책협의체를 설립하고, 대기질 예보에 관한 기술교류를 하기로 했습니다. 두 나라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방안도 공유해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 보고서’를 오는 11월까지 공동으로 발간하기로 한 것이 미세먼지 대책을 함께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외교적 대립보다는 설득과 협력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물 문제로 넘어가 보죠. 금강과 영산강에 있는 보 3개를 해체하자는 4대강 평가위원회의 제안에 정치 공세가 대단합니다.

“처음부터 보 철거를 전제하고 연구를 진행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4대강 논란을 매듭짓는 것을 국정과제로 정했고, 이를 위해 보 수문을 열어 모니터링하고 과학적·경제적 분석을 거쳐 합리적인 대책을 제시한 겁니다. 앞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주민 의견도 계속 수렴해야 합니다. 수자원 종합 관리계획과 유역별 계획에도 맞춰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4대강 사업 하듯이 하지 않는 겁니다. 민주적인 숙의 절차를 충분히 거치겠습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8일 오후 세종시 정부청사 횝경부 장관실에서 본지 안영춘 논설위원과 직격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세종시/ 김봉규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금 속도로 봐선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낙동강과 남한강 보 11개에 대한 정책 실행이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일정을 예단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제시안이 나올지도 알 수 없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중요한 건 과학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입니다.”

―낙동강 지천인 내성천의 영주댐은 2014년 준공하고도 수질 문제가 워낙 심각해 여태 담수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저 거대한 콘크리트 흉물을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상류 오염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수질 관리가 가능한지도 판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주민들과 거버넌스를 구성해 함께 해결책을 논의하겠습니다. 올해 안에 환경성과 경제성 등에 관한 연구용역도 실시하려고 합니다. 4대강 보 처리의 절차와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고 보면 됩니다.”

―문재인 정부가 지역 민원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대거 면제하기로 했습니다. 환경부 장관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십니까? 환경부 장관의 ‘전투력’이 너무 낮은 건 아닌가요?

“전투력이라면 80점은 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학교수와 이런저런 공직을 경험했기 때문에 다른 부처들과 회의 자리에서 할 말은 할 수 있는 내공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목소리만 키운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예타 면제 사업이라도 법률에 따른 향후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환경부가 갖고 있는 권한과 책임을 이용해 정부 정책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철저하게 평가하겠습니다.”

그는 올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역점 사업으로 중국의 책임감 있는 미세먼지 저감을 끌어내는 협약을 도출하고, 낙동강 물을 둘러싼 지자체 간의 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꼽았다. 생명 유지를 위한 환경정의의 핵심 구성은 역시 공기와 물이 아닐까.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조명래는 누구?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교수를 지낸 진보 성향의 학자 출신이다. 학부에서는 도시계획을 전공했고, 석사부터는 환경 정책을 전공했다. 학부 때부터 비판사회학 분야를 찾아서 공부했고, 인간 존재와 환경 문제로 관심의 촉수를 뻗었다고 한다.

연구 영역인 ‘생태·친환경 + 공간’을 시민사회운동 영역으로 확장했다.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환경정의 공동대표,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정부 위원회에 참여한 이력도 짧지 않다. 참여정부 때인 2003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그때 그는 참여정부에 공개적으로 ‘녹색토건주의’라는 날 선 비판을 던졌다. 박원순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에서는 청계천시민위원회 위원장,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장관이 되기 전에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최근의 미세먼지 고농도 사태 때는 설익은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론과 현장을 두루 경험한 이력을 국가 정책에 제대로 담아내려면, 신중하되 방향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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