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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0 05:00 수정 : 2019.06.10 08:43

‘금강유역환경회의’가 지난 8일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의 청벽 모래톱에서 금강의 보 처리방안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사이 아이들 10여명이 근처 물가에서 작은 모래성을 쌓으며 놀고 있다. 세종/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환경단체 보 처리방안 이행 촉구
발목잡는 정치권·환경부 등 규탄
부모 따라온 아이들은 물놀이 재미
‘4대강 사업’ 발표 10년 맞아 열려

‘금강유역환경회의’가 지난 8일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의 청벽 모래톱에서 금강의 보 처리방안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사이 아이들 10여명이 근처 물가에서 작은 모래성을 쌓으며 놀고 있다. 세종/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엄마 나 앉아도 돼?”

8일 오전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의 ‘청벽’. 짙은 녹색 이끼가 곳곳에 서린 수직절벽을 마주한 금강 강변의 모래사장에서 안경을 낀 한 남자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금강의 재자연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 중이다. “엄마 나도 앉아도 돼? 나 치마 다 젖었어” 엄마가 멈칫한 사이 남자 아이의 동생인 듯한 여자아이가 남자 아이 옆에서 거푸 물었다. 아이들은 기자회견이 안중에 없었다. 이미 옷이 다 젖었으니 바닥에 앉아 놀아도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자 두 아이는 순식간에 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아 손으로 자기 몸만한 모래를 그러모아 성처럼 쌓기 시작했다.

금강의 세종보에서 6㎞가량 하류로 내려온 이곳은 강 건너 절벽의 푸른 이끼 탓에 청벽 혹은 창벽으로 불린다. 15세기 조선의 문장가 서거정이 ‘중국에는 적벽(赤壁)이 있고 조선에는 창벽(蒼壁)이 있다’고 시로 쓰기도 했다. 이곳의 강물 수위는 보로 가뒀을 때 지금보다 몇 미터 높았다. 2017년 6월 이후 수문이 열리자 수위가 내려갔고, 빨라진 유속 덕에 뻘이 씻겨나가며 사라진 모래톱이 돌아왔다.

금강이 흐르는 5개 광역시도의 49개 시민·환경 단체들로 구성된 연대기구인 ‘금강유역환경회의’는 이날 오전 이곳 모래톱에서 금강의 보 처리방안 이행을 촉구하고 청와대 참모진과 환경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열었다. 40여명의 행사 참가자들이 데려온 아이들 10여명이 기자회견 내내 물가에서 놀다가 기자회견에 참가한 엄마와 아빠를 찾곤 했다. 아이들은 작은 모래성을 쌓고, 모래사장을 파 물길을 내고, 아빠가 붙잡은 카약을 타고 노를 저었다. 여전히 보로 막힌 서울의 한강변에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기자회견 뒤 참가자들은 강물에 들어가 ‘4대강 보, 완전 해체하라! 금강 흐르게’라고 쓰인 파란색의 대형 펼침막을 들어보였다. 세종/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에서 “세종보가 막혀 있을 땐 인근 주민들이 악취 때문에 못 살겠단 얘기를 많이 했는데, 보 개방 뒤엔 물이 흐르면서 악취가 사라지고 수질도 좋아졌다. 모래톱도 6배 이상 많아졌고, 블루길·베스 같은 외래종과 정체성 어류만 있던 것이 이젠 흰수마자 같은 우리 고유종들도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틀 전 이곳에서 꼬마물떼새 세 쌍을 찾았는데, 4대강 사업으로 사라졌던 모래톱이 다시 돌아오자 인근 주차장이나 공사장 같은 곳을 전전했을 새들이 다시 안식처를 찾았다”라며 “4대강이 생물의 안식처만이 아니라 사람들도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4대강 관련 대통령의 업무 지시가 있은지 2년이 지났지만 대통령의 공약과 의지는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 개발세력의 가짜뉴스와 딴죽 걸기, 청와대 참모진과 환경부 등의 요지부동 행정에 발목 잡혀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뒤 참가자들은 강물에 들어가 ‘4대강 보, 완전 해체하라! 금강 흐르게’라고 쓰인 파란색의 대형 펼침막을 들어보였다. 이후 참가자들은 이곳에 파라솔과 텐트를 치고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물놀이를 즐겼다. 4대강 사업에 맞서 꾸준히 재자연화를 촉구하는 기사를 써온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이렇게 아이들이 물가에서 뛰어노는 모습이 정말 우리가 바라던 강의 모습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지난 8일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의 청벽 모래톱에서 금강의 보 처리방안 이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 뒤 금강변 모래사장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세종/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0년 전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날이기도 한 이날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열렸다.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 20여곳으로 꾸려진 영산강 재자연화 시민행동은 이날 광주 남구 승촌보에서 ‘영산강을 살리기 위한 200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참가자들은 승촌보 상단 다리 난간에 ‘영산강 흐르게’라는 대형 걸개를 내걸고 ‘장어와 홍복이 돌아오는 영산강’, ‘죽산보·승촌보 해체’ 등 구호를 새긴 손팻말을 흔들었다. 낙동강 생태계 복원을 바라는 부산·울산·경남의 시민단체들도 낙동강 보의 조속한 해체를 촉구했다. 낙동강네트워크 등은 이날 오후 경남 창녕군 이방면 합천창녕보 사업소 마당에서 ‘낙동강 맑은물과 낙동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8개 보 및 영주댐 해체 기원 낙동강 생명한마당’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문재인 정부는 미진한 4대강 자연성의 회복과 녹조와 유해물질 없는 낙동강 국정과제 실행에 즉각 나서고 낙동강 8개 보와 영주댐 16개 보를 완전히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세종/박기용, 안관옥·김광수·이정하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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