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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1 04:59 수정 : 2019.07.11 07:13

자동차 배기가스의 매연을 측정하면서 배기가스가 나오는 호스를 헝겊으로 틀어막은 채 측정기에 연결해 합격 처리한다.

배기가스 측정 호스 조작 정상치로
출력 떨어진다고 구멍 낸 저감장치
1700곳 중 민간 72%…수수료 장사

자동차 배기가스의 매연을 측정하면서 배기가스가 나오는 호스를 헝겊으로 틀어막은 채 측정기에 연결해 합격 처리한다.
지난해 9월 초 대전 대덕구의 한 민간 자동차검사소에서 검사소장이 아침부터 검사원들을 모두 불러 세웠다. 소장은 검사원들에게 “너희가 검사를 까다롭게 해서 차주들이 항의하고 회사 손해가 막대하다”고 했다. 검사원 ㄱ씨는 10일 <한겨레>에 “배기 소음기는 소음뿐 아니라 매연도 흡수하는 필터 구실을 하는데 이를 불법 튜닝한 차를 불합격 처리했더니 소장이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했다. 차주가 소장에게 ‘여기가 잘해준다고 해서 왔는데 이런 식으로 불합격을 주느냐’고 항의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ㄱ씨는 대전시 등에 이 일을 알렸지만 ‘증거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 “미세먼지 문제가 사회적 의제가 돼 있지만, 돈벌이에 치중하는 민간 검사소들 사이에 부정과 비리가 만연해 있어 제대로 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ㄱ씨는 말했다.

배기가스가 나오는 호스를 헝겊으로 틀어막은 채 측정기에 연결한 모습.
민간 검사소가 각종 불법을 눈감아주는 행태는 다양하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가장 흔한 것이 자동차 배기가스의 매연을 측정하면서 배기가스가 나오는 호스를 헝겊으로 틀어막은 채 측정기에 연결해 합격 처리하는 일이다.

매연저감장치(DPF)를 설치하고도 별도의 배기가스 구멍을 만들어 놓은 불법개조 차량을 눈감아주기도 한다. 차량 출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거나 정기적으로 저감장치의 필터를 교체하고 청소하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일부 차주들은 저감장치 바로 앞에 구멍을 낸다. 평소에는 구멍을 열어 매연을 공기 중으로 바로 내뿜고 다니다가 자동차검사 때만 구멍을 막는 식이다. 저감장치 연결부위에 너트 같은 것을 끼워 틈을 벌려 놓은 경우도 자주 있다. 이 경우에도 매연이 공기 중에 바로 노출된다. ㄱ씨는 “주로 노후화된 상업용 차량이 이런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잘 봐준다’고 알려진 검사소를 찾아 합격 처리를 받는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매연의 농도와 온도 그래프가 차량 속도와 같이 움직여야 하지만, 배기가스 호스를 헝겊으로 틀어막으면 측정기에 배기가스 자체가 전달되지 않아 관련 그래프가 수평 상태가 된다.
자동차 배기가스의 국내 미세먼지 배출 기여도는 11.7%다. 전국적으로 보면 사업장(39.6%), 건설기계(15.7%), 발전소(14.0%)에 이어 4위지만, 지역을 수도권으로 좁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도권에서 미세먼지 배출 기여도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25.3%로 1위다. 그만큼 자동차검사가 중요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런 ‘불법 봐주기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차량 출력이 떨어지거나 정기적으로 저감장치의 필터를 교체하고 청소하는 비용을 아끼려 저감장치 바로 앞에 구멍을 내 매연을 바로 공기 중으로 살포하는 불법개조 차량. 자동차검사에 대비해 구멍을 막아놨다.
민간 검사소의 불법 봐주기 검사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단속은 미미한 수준이다. 환경부와 국토부가 전국 1700여곳 가운데 부정이 의심되는 민간 검사소를 특별점검해 2017년 27곳, 지난해 말 61곳, 올해 47곳을 적발했을 뿐이다. 행정처분도 최대 30일의 업무·자격 정지에 그쳤다. 이들 검사소를 통과한 불법개조 차량이 매연을 뿜고 다니지만, 그에 대한 조처는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적발된 검사소에서 검사받은 차들까지 파악하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적발된 47곳의 검사소에서 1년 동안 검사받은 차량은 단순 계산으로도 45만1200대에 이른다. 지난해 국감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용호 의원(무소속)은 “최근 3년 동안 불합격 차량이 단 하나도 없었던 민간 검사소가 65곳”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감장치 연결부위에 너트 같은 것을 끼워 틈을 벌려 놓은 경우도 흔하다. 역시 매연이 공기 중에 바로 노출된다.
현재 전국 차량의 72%가 민간 검사소에서 자동차검사를 받고 있다. 나머지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직영검사소나 출장검사소에서 한다. 공단 검사소와 민간 검사소의 검사 불합격률을 보면, 공단의 경우 2014년 19.4%에서 지난해 27.2%로 늘었다. 그만큼 검사가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뜻이지만, 같은 기간 민간 검사소는 12.1%에서 15.8%로 소폭 느는 데 그쳤다.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이 연말께 예고돼 있지만, 민간 검사소의 부정을 막기 위한 더 근본적인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동차검사기술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검사 대행자인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사실상 손을 놓은 사이 검사원들은 사업자 지시에 의해 검사 수수료를 벌기 위한 도구로 이용됐다”며 “부정·편법 검사를 막기 위해 검사원들의 신분을 보장하고 아이피(IP)카메라 등을 이용한 부정행위 감시 조처 등이 추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호 의원은 “이번 추경에 미세먼지 대응 등 국민안전을 위한 지출수요가 2조2천억원”이라며 “민간 검사소의 불법·부정 자동차검사만 제대로 막아도 미세먼지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사진 한국자동차검사기술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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