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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2 04:59 수정 : 2019.07.22 08:21

지난 19일 이애령 예수수녀회 수녀가 금강보 개방 뒤 형성된 충남 공주 고마나루 모래톱을 맨발로 걷고 있다.

천주교 생태환경위 사제 등 20명
백제보 부분 개방 19일 변화 확인
“보 해체로 물 흐름 자연에 맡기는게
4대강 복원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

지난 19일 이애령 예수수녀회 수녀가 금강보 개방 뒤 형성된 충남 공주 고마나루 모래톱을 맨발로 걷고 있다.
“오늘 우리는 금강에서, 당신(하느님)에게 맡길 때 자연이 살아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주께서 함께 이끌어 주소서.”

부슬비가 내리는 금강 변에 천주교 사제들과 신도들이 둘러 모여 기도했다. 걱정과 기쁨이 교차하는 고백이었다. 지난 19일 오후 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사제들과 성도 20여명이 충남 공주 고마나루 근처 모래톱을 찾았다. 금강 3개 보의 수문 개방 뒤 일어난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생태환경위는 지난달 20일 ‘4대강의 재자연화를 촉구하며’란 성명을 냈다. 성명에서 이들은 “정부는 지난 2월 4대강 16개 보 가운데 금강과 영산강에 만들어진 5개 보에 대한 처리 방침을 밝혔지만, 매우 불완전한 재자연화”라며 “시급히 보를 해체해 물의 흐름을 자연에 맡기는 길만이 4대강을 복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백제보 부분 개방의 영향으로 이날 공주보 수위는 1m 이상 내려가 있었다. 고마나루 모래톱 물가 쪽으로 20∼30m 넓이의 까만 펄층이 악취를 풍기며 수면 위에 드러나 있었다. 이날 해설을 맡은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최근 드러난 펄층을 관찰하러 들어갔다 나온 뒤 다리의 피부가 벗겨지고 있다”며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 쌓인 펄층의 유해성을 온 몸으로 설명했다. 대전교구생태환경위원인 이애령 수녀는 맨발로 모래톱을 걸으며 “하얗고 고운 모래톱을 다시 보니 반가웠는데 강에 가까이 오니 냄새가 났다. 아직 완전히 깨끗해지지 않은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소속 사제들과 성도들이 지난 19일 충남 공주 고마나루 모래톱 금강 변에서 4대강 사업 뒤 금강의 변화와 보 개방 뒤 재자연화된 모습에 대해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맨 오른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최예린 기자
4대강 사업 뒤 금강의 변화와 보 개방 뒤 재자연화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던 중 풀숲에 숨어있던 고라니 한 마리가 모래톱을 가로질러 뛰어갔다. 경이로워하는 목소리가 사제와 성도들 사이에서 들려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인 백종연 신부는 “강물을 편리하게 이용할 생각만 하는 것은 인간 중심적인 것이다. 4대강 문제는 기후변화 문제처럼 자연의 질서에 인간이 맞추는 방향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은 인간이 대변해주지 않는 한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가장 약자”라며 “4대강이 빨리 재자연화할 수 있도록, 기도뿐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신부는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낸 회칙 ‘찬미 받으소서’에도 이런 천주교의 생각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두 번째 회칙인 ‘찬미 받으소서’는 부제가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대한 회칙’으로, 인간이 초래한 생태 위기의 근원으로 기술 만능주의와 인간 중심주의를 지목하고 있다.

공주/글·사진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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