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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4 15:58 수정 : 2019.09.04 16:27

4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계획발표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포 및 대통령의 기후정상회담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환경단체들, 기후위기 맞서 대규모 연대체 구성
‘유엔 정상회의’ 맞춰 집회·시위·등교거부 예고

4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계획발표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포 및 대통령의 기후정상회담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우리는 멸종위기 청소년입니다”

환경단체 등으로 꾸려진 ‘기후위기비상행동’이 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교 2년생 오연재(17)양은 자신을 ‘멸종위기종’이라 불렀다. 그는 “‘청소년인데도’ 거리로 나선 게 아니라, ‘청소년이라서’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에서 온실가스나 기후변화를 다룰 땐 멸종위기를 북극곰 같은 일부 포유류만의 문제로 얘기해요. 하지만 이제 그들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거죠. 인류도 멸종할 수 있고, 지금 청소년 세대가 인류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오양을 비롯,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일군의 청소년들은 지난해 8월 ‘청소년기후소송단’을 조직했다. 정부를 상대로 당장 기후변화를 막을 행동에 나서달라는 소송을 하잔 취지다. 올해 5월부터는 ‘청소년 기후행동’으로 이름을 바꿔 활동을 확대했다. 지난달부터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 등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는 집회를 해오고 있다. 금요일인 오는 27일엔 최대 5천명가량의 청소년이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서울 광화문에 모이는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도 계획 중이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시작한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가 한국으로도 확산하는 것이다.

‘청소년 기후행동’과 함께한다는 20대 청년 김보림(27)씨는 “청소년·청년들에겐 입시나 취업이 당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런 문제에만 신경 쓰기엔 우리 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여러 상황이 온실가스란 요인으로 촉발되는 것에 많은 청소년·청년들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연 기자회견은 오는 23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세계정상회담’을 앞두고 기후위기 현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청소년들의 27일 ‘결석시위’에 앞서 주말인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각종 활동을 계획 중이다. 이 기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수백만명이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려 거리로 나선다. 기후변화 정상회의엔 한국 청소년·청년 3~4명이 유엔이 따로 마련한 ‘유스 서밋’(청소년 정상회의) 등에 참가하기도 한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참가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 이상 상승하게 되면 인류가 대처할 수 없는 파국에 이를 것이며, 1.5℃ 상승만으로도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상학자들의 모임이라 할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연 총회에서 채택한 ‘1.5℃ 보고서’가 바로 그 내용이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1.5℃ 상승까진 12년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

관건은 앞으로 1년 반 정도의 기간이다. 올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25차 당사국 총회(COP25)에선 이산화탄소 감축 계획을 다룬다. 내년 말 영국에서 열리는 26차 당사국 총회가 1.5℃ 이내로 인류가 지구 기후를 안정시킬 마지막 기회의 국제 모임이다. 여기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이대로 탄소배출 양상이 지속한다면, 12년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은 1.5℃를 넘게 된다. 기후위기를 막을 시간이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 5위, 증가율 1위(이상 2015년 기준)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한국은 (탄소 배출량 감축) 계획서만 화려하게 써놓고 아무것도 지키고 있지 않다. 하루빨리 우리 스스로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강제적인 감축 할당량을 받아들여야 하는 더 고통스런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기용 최예린 이정규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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