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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3 05:00 수정 : 2019.12.03 06:58

우이신설선 성신여대입구역 승강장에서 측정한 라돈 수치가 222Bq/㎥로 나타났다. 환경부 권고 기준인 148Bq/㎥를 뛰어넘는 수치다. 강재구 기자, 연합뉴스

[현장] 우이신설선 라돈 직접 재보니

1급 발암물질 ‘라돈’ 뿜는 전철역
5개 역사 라돈, WHO 기준 초과
지난 국감 때도 대책마련 지적
아직도 기준치 2배 이상 초과
우이신설선 하루 7만여명 이용

우이신설선 성신여대입구역 승강장에서 측정한 라돈 수치가 222Bq/㎥로 나타났다. 환경부 권고 기준인 148Bq/㎥를 뛰어넘는 수치다. 강재구 기자, 연합뉴스

“삐-삐.” 경고음이 울렸다. 작은 모니터에 측정치가 떴다. 222베크렐(Bq/㎥). 1급 발암물질인 라돈에 대한 환경부 권고 기준인 148베크렐과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100베크렐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달 28일 낮 12시30분 서울 성북구 우이신설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1시간 동안 라돈 검출량 평균값은 168.5베크렐에 이르렀다. 5분 간격으로 두 량짜리 열차가 들어올 때마다 승객 50여명이 승강장을 메웠다. “삐-삐.” 다시 경고음이 울렸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솔샘역 △북한산보국문역 △보문역 △성신여대입구역 △삼양역 등 우이신설선 5개 역사에서 라돈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기준(100베크렐)을 초과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라돈 수치를 측정한 결과 5개 역에서는 라돈 수치가 세계보건기구 기준을 넘었다. 삼양역을 뺀 4개 역사는 환경부 권고 기준(148베크렐)도 넘어섰다. 하루 평균 7만여명이 이용하는 경전철 우이신설선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달 28일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만난 최순자(73)씨는 “일주일에 한두번 우이신설선을 이용한다. 라돈이 나오는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빨리 개선돼야지 그대로 두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인근 우이신설선 보문역에서 만난 이아무개(51)씨도 “나보다 영유아나 아이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부분이니 나라에서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라돈 경보령’은 우이신설선 시행사 쪽의 자체 측정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시행사가 올해 8월1일부터 11월25일까지 측정한 자료를 보면 11월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측정한 15일 가운데 13일은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을 넘었고 그중 6일은 환경부 권고를 넘었다. 보문역은 9월 측정에서 측정일 20일 중 13일이 세계보건기구 기준을 넘어섰고 그중 이틀은 환경부 기준을 넘어섰다.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시행사 쪽은 2017년 9월 개통 직후 6개 역사에서 라돈 농도가 권고 수치를 넘어서자 지속적인 저감 대책을 마련했다. 지하수 유출이 라돈 발생의 주요인이라고 봐서 지하수 노출을 차단하거나 물이 모이는 곳에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고 환기 시간도 늘렸다. 시행사 쪽은 “올해 4월과 6월, 7월에 실시한 장·단기 측정 결과에서 모두 환경부 권고 기준 이내로 나왔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서울시가 시행사에만 맡겨두지 말고 좀 더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박동욱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측정치가) 기준 이하라서 괜찮은 게 아니라 특정 날에 수치가 100베크렐 이상이 나왔다는 건 굉장히 무게 있는 수치”라며 “실시간으로 측정해 시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내·외 온도 및 압력 차가 크고 환기가 잘 안 돼 라돈 농도가 높아지는 겨울철에 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조승연 연세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는 “지하철은 집단 노출 측면에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겨울철엔 라돈 기체가 따뜻한 실내로 많이 유입된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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