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건강 |
함께놀면 두뇌 골고루 발달 주도권 주고 눈높이 맞춰야 |
유아의 두뇌 발달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많은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멋진 이름을 붙인 여러 방법들이 나름의 장점은 있겠지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아이와 함께 노는 것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세상을 배워 나가며, 배운 지식을 시험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놀이는 아직 말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에게 자신의 내면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면서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아이들은 혼자서도 곧잘 논다. 그러나 혼자 노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보통의 아이라면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을 놀이에 참여시키려 한다. 가족 구성 등 거주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해졌거나 자폐 증상으로 다른 사람과 노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한다. 함께 놀기는 두뇌의 다양한 영역을 발전시키는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아이의 정서적 안녕에도 필수적이다. 다만 세 돌이 지나기 전에는 아직 또래들끼리 서로의 감정을 파악하고 기분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나 다른 어른이 놀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놀아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정답은 아이가 이끄는 대로 따르는 것이다. 이 단순한 방법이 아이의 두뇌 발달과 정서적인 안녕 모두에 가장 좋다. 우선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바닥에 같이 앉도록 하자. 놀이 종류도 부모가 제시하기보다는 아이가 시작한 놀이에 참여하도록 한다. 아이가 고른 놀이가 단순하고 유치하더라도 아이의 수준에 맞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하는 행동이 답답하다고 해도 먼저 이끌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하는 동작 하나 하나는 단순해 보이지만 이 동작들을 위해 뇌에서 하는 일은 엄청나다.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다른 세포를 향해 가지를 뻗고 자라나며, 마침내 연결을 이뤄낸다. 이 일이 부모의 욕심으로 속도가 앞당겨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긍정적인 방향도 아이의 두뇌가 소화하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
아이가 수동적일 때는 간단한 방법으로 아이의 흥미를 끌 수도 있다. 공을 던져주거나 자동차를 굴려본다. 아이가 이에 반응을 보여 행동을 하면 아이에게 주도권을 넘긴다. 아이가 열심히 놀이에 참여하고 새로운 방식을 탐구할 때는 적극적으로 칭찬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해준다. 아이는 점점 더 놀이를 즐거워할 것이고 결국 아이의 신경 경로의 발달 속도는 빨라진다.
장난감도 부모의 취향이 아닌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게 골라야 한다. 예를 들면 이제 막 손으로 물건을 잡으려 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아이의 힘에 맞는 무게와 모양을 가진 것이 필요하다. 어떤 부모는 큰 맘 먹고 사 준 장난감은 아이가 본체만체하고 빈 요구르트 병 따위에 흥미를 느낀다며 아이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는 요구르트 병에 흥미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손 힘과 크기에는 작은 요구르트 병 정도가 알맞다고 부모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이의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하자.
아이는 비싼 장난감을 원하지 않으며, 그저 자신에게 맞는 장난감을 원한다. 놀이 상대도 마찬가지다. 무슨 특별한 기술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상태를 읽어주고 자신에게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이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서천석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임상강사 solib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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