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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5 17:29 수정 : 2005.04.05 17:29

흔히 술에 장사는 없다고 한다. 알코올 분해 효소가 많거나 쓴맛을 느끼는 미각이 무딘 등 유전적으로 술이 센 집안 사람들이라도 음주의 양과 횟수를 적절하게 조절하지 않으면 알코올 의존이나 남용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⑦ 주량은 타고 난다?

술에 취하면 한없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버럭 화를 내고 충동적이 되는 사람도 있고, 침울해지는 사람도 있다.

음주 방법과 주량도 다양하다. 매일 조금씩 반주로 술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 반면 술자리에 앉았다 하면 필름이 끊길 때까지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음주 행태의 이런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많은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분야이나, 단 한가지로 그 원인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각자의 유전적인 요소에 의해 음주 행태도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체내에서 ‘알코올 탈수소 효소’(ADH)에 의해 아세트 알데하이드로 분해된다. 이는 다시 ‘알데하이드 탈수소 효소’(ALDH)에 의해 아세트산으로 분해되는 해독 과정을 거친다.

이런 해독 과정에서 생성되는 중간 산물인 아세트 알데하이드는 술에 의해 일어나는 여러 불쾌한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로 알려져 있다. 술 마신 뒤에는 얼굴이 붉어지고 구역질이 나고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하는 여러 증상들과 다음날 아침에 묵직한 두통을 동반한다. 숙취 등 음주의 부작용은 체내에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제대로 분해되지 못하고 남아 있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유전적으로 알데하이드 탈수소 효소(ALDH)의 활성도가 낮은 사람들은 소량의 술을 마셔도 체내에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제대로 분해되지 못하고 축척된다. 알코올로 인한 불쾌한 반응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유전적으로 이런 효소의 활성도가 낮은 사람들은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게 된다. 특히 동양인이나 여자에서 유전적으로 알데하이드 탈수소 효소의 활성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더 쉽게 취하고 술로 인한 불쾌감이 심해진다.

또 다른 유전적 차이 중 재미있는 것은 사람의 미각과 관련된 것이다. 미각 중에서도 특히 쓴맛을 느끼는 ‘미각 수용체 유전자’(TAS2R38)가 존재한다. 이 유전자에 따라 쓴 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과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들로 나눠지게 된다.

쓴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 쓰고 떫고 자극적인 부정적인 맛으로 느끼기 보다는 달콤하고 시원한 긍정적인 맛으로 느낀다고 한다. 이런 주관적인 느낌은 술 마시는 양과 횟수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측된다. 둔한 미각수용체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주량이 많다고 한다.

또한 음주 문제가 있는 부모의 자녀들은 술에 대한 반응이 정상인의 자녀와 다르게 나타난다. 실제 알코올 의존이나 남용을 진단받은 부모의 자녀들은 본인 자신에게는 술 문제가 없다해도 술을 마셨을때 덜 취하고 기억력을 비롯한 인지 기능이 덜 손상되는 것을 관찰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술에 취해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도 유전적인 경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술과 관련된 여러 행동 패턴과 유전적인 관련성에 대해서 활발한 연구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쯤되면 평소 술만 마시면 맥을 못추고 주량이 적어 사회 생활을 하는데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던 독자들은 부모님을 원망하며 자신의 유전자를 탓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술에 대한 반응이 모두 유전적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술을 전혀 못마시는 집안에 주당이 있을 수 있고, 또 주당들만 모여 있는 집안에서 혼자 술을 못마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세트 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소가 남들보다 활성화 돼있어 술을 많이 마시고도 끄떡 없고, 쓴맛에 둔감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술을 마시면 시원하고 달기까지 한 사람들은 대체로 알코올 의존이나 남용과 같은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실제 병원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알코올 의존 환자 대부분이 알코올 의존으로 진행되기 이전에 이미 소문난 애주가였다. 평소에 주량이 많다는 것이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닌 것이다.

대체로 음주량이나 음주 횟수 등을 결정하는 음주 행동은 30~60%에서 유전적으로 타고난다. 그 나머지 40~70%는 환경적 요소나 특히 자신의 의지적 요소가 결정적일 것이다. 특히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사랑스런 자녀에게 건강한 음주 행동을 물려주고 싶다면 유전적 기질과 상관없이 적당한 양과 적당한 횟수의 음주를 습관화하고 유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윤수정 교수/가톨릭대학 성바오로병원 정신과 np-suj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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