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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5 17:33 수정 : 2005.04.05 17:33

30일 성북구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김동호(왼쪽)씨와 박홍채(가운데)씨가 일산화탄소 측정기로 검사를 받고 있다.



시·군·구마다 무료 금연클리닉 운영
전문상담사에다 ‘붙이는 약’ 등 처방
이용자 61%가 “한달 이상 버텼어요”

담배 끊기를 수차례 시도했다가 모두 실패했던 박홍채(72·서울 성북구 길음동)씨는 이번엔 금연에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벌써 3주째 담배를 끊고 있기 때문이다.

17살 때부터 하루 1~2갑의 담배를 55년 동안 피워온 박씨는 요즘 일주일에 한차례씩 집 근처 성북구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금연클리닉을 찾아 무료 상담과 니코틴 패치 처방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성북구 보건소에서 기자와 만난 박씨는 “담배 때문에 고혈압, 당뇨 합병증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 뇌졸중 등으로 쓰러지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의사에게 듣고 금연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금연한지 2~3일 뒤면 담배가 손에 들려 있었다”고 금연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금연클리닉을 다니면서 이전과 달라졌다고 한다. 클리닉 상담사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금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많이 생기고, 붙이는 약(니코틴 패치)을 사용해서 그런지 담배 생각도 별로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입이 심심해서 담배 생각이 날 때면 물을 마시면 담배 생각이 사라진다고도 했다.

그는 “3주쯤 끊으니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아 이제는 손자들이 곁에 오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며 “누구보다도 가족들이 좋아하고 있으며 (금연 성공을) 북돋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강미숙 금연상담사는 “박씨 할아버지의 경우 호흡에서 일산화탄소를 검사하는 일산화탄소 측정기로 확인해봐도 이제는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사람들과 비슷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어 담배 끊기를 잘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와 함께 금연클리닉을 이용하고 있는 김동호(72·성북구 안암동)씨도 3주째 담배 끊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 역시 50년 넘게 담배를 피워 왔으며, 뇌졸중으로 쓰러진 적이 있어 혈액순환 개선제 등 여러 약을 먹고 있다고 했다.

정은정 금연클리닉 담당의사는 “김씨 할아버지의 경우 과거에 니코틴 패치, 금연 침, 금연초 등 여러 방법을 써 본 적이 있으며 뇌졸중으로 쓰러진 적도 있어 현재 항우울제 ‘부프로피온’을 처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 처방은 금단 증상이 매우 심할 때,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 의존성이 있을 때, 집안에 다른 흡연자가 있을 때, 아침에 잠에서 깬 지 30분 이내에 담배를 피울 때, 우울증 등 심한 정신 질환을 앓을 때 처방한다.

김씨는 “담배를 피우다가 뇌졸중으로 다시 쓰러지면 가족들에게 너무 큰 폐를 끼칠까 두렵다”며 “약도 무료로 받고 있어 이번 기회를 이용해 담배를 꼭 끊겠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 성북구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사람들도 많았다. 주로 성북구에서 가게를 운영하거나 직장을 다니는 40~50대 중년층으로 세 명이 함께 상담을 받았다. 세 명 모두 30년 넘게 담배를 피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검출되지 않는 일산화탄소가 16~19로 나왔다.

한희영 상담사는 “세 사람 모두 과거에 자신의 의지로만 금연하겠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다가 실패한 경력이 있어 니코틴 패치 처방 및 주기적 상담을 할 계획”이라며 “개인에 따라서는 상담만으로도 금연에 성공하기도 해 휴대 전화로 금연 관련 문제 메시지를 전하는 등 행동강화요법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금연 성공에 있어 주변에서 끊임없이 용기를 주는 것도 필요해 때에 따라서는 가족 상담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금연 클리닉을 이용하면 금연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조경숙 사무관은 “보통 여섯 달 정도 금연을 유지해야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난해 말 시범사업 결과에서는 금연클리닉 이용자의 61%가 한 달 이상 금연에 성공한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외국의 연구 결과에서는 홍콩의 경우 금연클리닉 이용자의 27.3%가 1년 동안 금연에 성공했으며, 뉴질랜드는 이용자의 44%가 세 달 이상의 금연에 성공했다.

현재 금연클리닉은 전국의 시·군·구 보건소에서 무료로 운영되고 있어, 담배를 끊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보건소를 찾으면 된다. 특히 지역에 따라서는 보건소 근처 직장이나 대학에도 방문 서비스를 펼치고 있으므로 이도 활용할 만하다.

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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