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엄마>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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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건강 | 엄마 ‘엄마’는 땅끝마을 해남에서도 차로 한참을 더 들어가야 있는 조그만 마을에 산다. 보기에는 평범한 엄마지만 차 멀미가 심해 차를 타기는커녕 바라보는 것조차 힘들다. 이 탓에 무려 28년 동안 동네 밖을 나가보지 못한 엄마는 요즘 큰 고민에 빠졌다. 고생 끝에 낳은 늦둥이(채정안 분)가 목포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때문이다. 차를 탈 수 없으니 꼬박 걸어가야 할 터. 길고 험한 여정일 것이 뻔하지만 자식들과 함께 길을 나선다. 과연 엄마는 막내딸의 결혼식을 볼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 차, 배, 비행기 등 평소 익숙하지 않은 교통수단을 탔을 때 멀미를 경험한다. 멀미는 병이 아니라, 몸이 교통수단의 움직임에 적응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증상이다. 평소에는 시각과 귀의 평형감각을 이용해 균형을 잡지만 몸이 흔들리는 교통수단 안에서는 눈으로 들어오는 자극과 귀에서 느껴지는 자극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멀미가 나타난다. 때문에 멀미는 몸을 편안히 쉬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금세 완화된다. 또, 처음엔 멀미가 심해도 반복해서 차를 타면 몸이 차의 움직임에 익숙해져 멀미를 하지 않게 된다. 멀미가 심할 때는 음식물 섭취를 줄이고, 가능한 머리를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된 자세를 취하는 게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눈은 차라리 감도록 하고, 차를 타기 전 멀미 예방약을 먹어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엄마의 멀미엔 이런 방책도 무용지물이다. 차는 물론이고 열기구, 경운기, 리어카, 심지어는 사람에게 업혀가는 것에도 이상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엄마가 겪고 있는 증상은 멀미가 아니라 귀 이상으로 온 어지럼증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어지럼증은 늦둥이를 낳을 무렵 쓰러진 뒤부터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단지 어지럼증으로만 묘사되어 아쉬움을 부른다. 어지럼증은 분명 그 발생 원인이 있고, 각각의 병명도 다르며 적절한 치료법도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검진이 필요하겠지만, 엄마의 어지럼증은 몇 가지 가능성 중 우선 전정기관이 예민해져 나타난 어지럼증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전정기관이 예민해지면 정상인보다 움직임에 민감한 탓에 유달리 멀미를 심하게 할 수 있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증상이 반복되면 불안장애까지 와서 전정기관 이상을 치료한 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심한 경우 공황장애로 발전돼 불안감과 공포감으로 인해 환자는 숨이 막히고 가슴이 뛰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때는 무조건 증상을 참거나 회피하기보다는 어지럼증 클리닉에서 정확한 검사 후 재활운동 또는 탈감작요법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치료는 먼저 정확한 원인을 찾은 뒤 상담과 재활 훈련을 통해야만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김한균/ 미래이비인후과 원장 www.imiraeclinic.com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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