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26 16:24
수정 : 2005.04.26 16:24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변비 때문에 화장실에 가도 변을 볼 수 없는 아이나 그 아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다. 요즘에는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먹으면서 야채는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 과일 먹으라고 하면 주스만 먹는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다른 병이 없어도 변비가 생기기 쉽다.
변비가 생긴 아이는 변을 며칠 간 보지 못하고 간신히 보는 변마저 딱딱하다. 변을 볼 때는 힘들어서 얼굴이 새빨개지기도 하고 굵은 변이 나오다가 항문이 다쳐 피가 나기도 한다. 배가 아프기도 하고, 식욕이 떨어지기도 하며, 심한 경우 변을 지리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은 변비의 상당 부분이 식사 습관과 관련이 있다. 섬유질이 많은 채소와 과일 종류를 잘 먹이지 않으면 그 원인이 무엇이든 변비는 잘 낫지 않는다. 또 물을 적게 마셔도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컴퓨터나 텔레비전에 빠져 하루 종일 앉아만 있는 아이들은 운동 부족으로 장의 움직임 또한 부족해 변비가 잘 생긴다. 아이들은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땀을 흘리며 뛰어 놀게 해줘야 한다.
대소변 가리기를 너무 강요해도 스트레스를 받아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이를 가르칠 때는 한 걸음 물러나서 좀 느긋하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 변을 너무 참아도 문제이다. 여행을 가면 집에 돌아올 때까지 며칠이고 변을 참아서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여행지에서는 물론 평소에도 매일 일정하게 변을 볼 수 있게 배변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변비는 그 원인에 따라서 치료가 달라진다. 하지만 원인이 무엇이든 변비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이 있다. 그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이 섬유질이 많은 채소와 과일이다. 채소는 이유식 시기부터 열심히 먹여서 그 질감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잎이 많은 채소인 배추, 양배추, 또는 시금치나 브로콜리도 좋다.
하지만 채소 중에서도 당근과 노란 호박을 익혀서 먹으면 변비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과일 중에서는 서양 자두, 살구, 배, 복숭아, 포도 같은 것이 변비 해결에 좋다. 하지만 오렌지 주스 같은 것은 과일로 만들었지만 변비 치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편 바나나와 감은 오히려 변비를 일으킨다. 사과도 익혀 먹으면 변비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우유, 아이스크림, 치즈 같은 음식도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변비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우유를 너무 많이 먹어서 변비가 생긴 아이에게 변비 해소에 좋다는 요구르트를 더 먹여서 치료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밥 많이 먹으면 변비가 예방된다고도 하는데 흰 쌀밥은 변비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현미나 보리 같은 것을 섞는 것이 좋다.
혹시 아이가 변비 때문에 항문이 찢어져 피가 날 때는 미지근한 물에 좌욕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변이 꽉 차서 나오지 않는 경우라면 의사의 진료를 받아 당장 급한 것을 해결해 줘야 한다. 며칠 변을 보지 못하고 힘들어한다고 집에서 자꾸 관장만 해줘서는 안 된다. 나중에는 관장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 변을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유미 소아과 전문의
55452@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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