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세포에서 분비되기도
■ 진행된 암이 검출 안되기도 최근 집에서 스스로 피를 뽑아 암 등의 질병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포항공대 연구팀이 개발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암 관련 전문의들은 이번 기술에 아직 한계가 있으며, 남용하면 잘못된 의료이용을 불러일으키는 등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발표된 자가 진단 기술의 핵심은 혈액 속의 종양표지인자를 검출하는 것이다. 종양표지인자의 농도가 일정 기준보다 높을 경우, 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방식이다. 종양표지인자는 일반적으로 암 세포가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 중에 혈액 속으로 뿜어져 나오는 물질이다. 그러나 종양표지인자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정상세포에서도 분비되기도 한다. 또 염증이나 악성이 아닌 양성 종양일 때도 혈액 속에서 높은 농도로 검출되기도 한다. 김열홍 고려의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현재 병원에서 상품으로 내놓은 여러 암 검진에 포함된 종양표지인자 검사에서 농도가 높게 나왔다고 걱정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대부분의 종양표지인자는 암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이것만으로 암의 유무를 진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도 “종양표지인자 검사에서 양성으로 검출되는 수준으로는 암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오히려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조성하거나 잘못된 의료 이용만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형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종양표지인자는 암의 조기 진단으로 사용하기에는 타당성, 효용성 등을 갖추지 못했다”며 “다만 암 진단 뒤 진행 여부, 치료 뒤 경과 관찰 등에 참고용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종양표지인자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암이 아니라고 안심할 수만도 없다. 이도훈 국립암센터 진단검사의학과 과장은 “몇몇 암의 경우 조기 단계에서는 물론 상당히 진행된 암에서도 종양표지인자가 높게 검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셋트식 검사 방법이나 유전자 칩을 사용하는 검사법도 나오고 있지만, 그 실효성 역시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김열홍 교수는 “최근 들어 여러 종양표지인자를 한꺼번에 검사하는 셋트식 검사법이나 유전자 칩 등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조기 검진에 활용한 만한 것은 거의 없다”며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그 유용성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암을 조기 진단하는데 쓰이면서 의학적으로 효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종양표지인자는 두 가지 정도다. 먼저 국가 5대암 검진 중에 간암 조기 진단으로 쓰이는 혈청알파태아단백(AFP)이다. 다른 하나는 서구에서 매우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적은 전립선암을 찾는데 쓰이는 전립선특이항원(PSA)이다. 이도훈 과장은 “혈청알파태아단백은 만성 간염이 있거나 간암 발생 가능성이 큰 사람들을 대상으로 6개월에 한번 초음파 검사와 함께 쓰고 있다”며 “5대암 검진은 아니지만 전립선특이항원은 직장수지검사 등과 함께 전립선암 조기 진단에 쓰인다”고 설명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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