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항암제’라고 불리는 글리벡 보다 효과가 훨씬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신약(BMS-354825)의 국제임상허가가 지연되어, 백혈병 환자들이 꺼져가는 생명이 방치되고 있다. 글리벡에 내성을 보여 시한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30명이 다국적 제약회사 비엠에스(BMS)가 개발한 ‘차세대 표적 항암제’의 신약허가 전단계인 국제 2상 임상시험 허가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지체되어 임상시험에 참가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쪽이 26일 전했다. 식약청은 지난 주말 ‘허가서류 심사 인력난 때문에 민원서류 처리기한 내에 임상시험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통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청은 임상시험 허가 신청 등 민원서류를 신청일로부터 근무일수를 기준으로 한달 이내에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이번 임상시험 허가 서류의 경우 지난 3월24일 식약청에 제출됐지만, 식약청은 처리기한인 오는 28일을 이틀 앞두고도 아직 서류 심사를 끝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엠에스는 이번 국제 2상 임상 가운데 글리벡 내성 환자를 위해 신약을 고용량으로 사용하는 임상을 60명에 한해 실시할 계획인데, 이달 말께면 국제적으로 이 임상시험이 끝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즉 한국의 글리벡 내성 환자들은 단 한 명도 임상시험 기회를 누릴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글리벡 내성 환자로 이번 임상시험 대기자인 김보현(33·서울 면목동)씨는 “식약청 관리들은 우리 심정을 모른다”며 “만일 자기 가족중에 한 사람이라도 나와 같은 백혈병 환자가 있다면 임상시험을 즉각 허가할 것”이라고 울분을 털어놨다.
여의도성모병원 김동욱 교수팀은 이미 지난 3월에 글리벡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가속기와 급성기 백혈병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비엠에스 신약 임상시험을 실시했는데, 7명이 극적으로 회복되어 정상생활로 돌아갔다. 강원도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하는 환자는 학교로 복귀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욱 교수는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들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중으로 예상되는 신약허가 이전에도 신약을 공급받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임상시험에 한 사람이라도 참여시키려면 허가가 빨리 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이 사안을 취재하자, 식약청 관계자는 ‘민원서류 처리기한 내에 임상시험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바꿔, “밤을 새워서라도 시한 안에 허가를 내주겠다”고 밝혔다. 비엠에스의 BMS-354825은 글리벡을 개발한 노바티스가 임상을 진행중인 ‘AMN 107’과 함께 백혈병 치료의 2세대 표적 항암제로서 1상 임상 등에서 그 효과가 기존 글리벡의 50~100배인 ‘수퍼 글리벡’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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