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06 12:56
수정 : 2005.05.0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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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화꽃 향기> 가운데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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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건강 | 국화꽃 향기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국화꽃 향기>. 국화향이 나는 여자 희재와 인하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로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산부인과 전문의인 필자의 눈에 비친 것은 남녀간의 사랑을 뛰어넘는 모성애였다.
이야기는 인하가 대학에 갓 입학한 후 전철에서 불의에 맞서는 희재를 본 순간부터 시작된다. 이 우연한 만남은 교내 북클럽 회장으로 희재를 다시 만나게 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 인하는 어렵게 고백을 하지만 희재는 인하를 받아주지 않는다. 훗날 희재는 같은 학교 선배와 결혼을 약속한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부모와 약혼자를 모두 잃고 삶의 의욕을 잃는다. 몇 년 뒤 라디오PD가 된 인하는 그때까지도 변치 않았던 자신의 마음을 다시 희재에게 고백한다. 인하의 사랑에 감동을 받은 희재는 드디어 인하와 결혼을 한다. 그러나 인하의 사랑은 산 너머 산이었다. 희재의 임신과 함께 암 선고라는 비보가 날아든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희재는 ‘자신을 구할지, 아이를 구할지’를 선택해야 했다.
희재처럼 암 투병 시기에 아이를 갖게 될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항암 치료이다. 항암제는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기형아나 유전 질환을 가진 아이를 낳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화학요법이 시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임신 12주 이후 또는 아이를 낳고 난 후에 치료를 시작한다. 치료가 시급한 경우에 한해 중절을 하기도 한다. 설령 화학요법이 모두 끝났더라도 6개월까지는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치료를 포기하고 아기를 구한 것으로 보아 희재의 병세가 깊었던 모양이다. 결국 희재가 택한 것은 엄마로서의 아기 사랑이었다. 그녀의 모성애는 자신의 몸에 있는 암세포로부터 아기를 지켜낼 만큼 강했다. 그러나 아무리 모성애가 강할지라도 몸에 질환이 있을 때 임신을 하는 것은 피하고 보는 것이 백번 옳다. 물론 희재처럼 임신과 암 선고를 함께 받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그러나 사소한 질환이 결국 임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들은 드물지 않다. 따라서 결혼 전, 또는 임신 전에 미리 건강검진을 받고 몸 상태를 체크해 둘 필요가 있다. 임신을 생각하고 있다면 기본적으로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도록 한다. 자궁 근종, 자궁내막 증식증, 난소 낭종 등 임신을 방해하는 부인과 질환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변 검사로 방광염이나 신장 질환, 당뇨병 등의 질환을 검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방광염이 있으면 임신 때 신장에 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당뇨가 있으면 거대아와 같은 기형아가 태어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김낙연/ 호산산부인과병원 원장 www.ladyhos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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