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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7 18:27 수정 : 2006.02.28 15:19


[병과 친구하기]

요즘 우리 사회는 과거에 비해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과거 전염병처럼 걸렸다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죽거나 낫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지고 가야 하는 생활습관병이 늘어난 것이다. 만성 질환 초기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의 성격을 잘 알지 못해 두려워하며 부담감 속에서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질병을 관리하면서 질병이 없는 사람들처럼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질병이라기보다는 생활의 작은 불편 정도로 생각하기도 하며, 오히려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게 해 주는 동반자로 여기기도 한다. 이들을 찾아 생활 속 건강 관리 방법을 함께 나눠 보고자 한다.

“당뇨 관리에 정성을 쏟다보니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더 건강해진 것 같아요”

안부성(76·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40년 가까이 당뇨를 앓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했다. 그는 당뇨를 “친구이자 삶의 동반자”로 여길 정도가 됐다. 삶이 조금 불편할 뿐, 당뇨 관리로 얻은 것이 더 많다고 자랑한다. 혈당 관리를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한 결과 그의 다리는 50대 못지 않게 튼튼하다. 야채를 주로 먹어 몸무게는 당뇨를 앓기 전보다 20㎏이나 줄었다. 50대 아줌마라는 말도 듣는다.

안씨는 30대 중반에 자신의 혈당치가 높다는 것을 알았다. 당뇨. 결핵치료를 위해 너무 많이 먹은 게 탈이었다. 그는 이십대때 6년동안 결핵을 앓았다. 잘먹어야 빨리 낫는다는 말에 틈만 나면 음식을 먹었다. 결핵은 나았지만 60㎏도 되지 않았던 몸무게가 74㎏으로 크게 늘면서 혈당이 높아졌다. 의사는 약 대신 운동과 식사 조절로 살을 빼고 그래도 혈당이 떨어지지 않으면 그 때 가서 약을 써 보자고 했다.

약 미루고 운동·채식
‘평생 질병’ 절망 대신
‘삶의 동반자’ 로 여겨

안씨는 의사의 충고대로 약은 뒤로 미루고 식사 조절과 운동에 들어갔다. 식사량은 갑자기 줄이기 힘들어 밥을 먹기 전에 먼저 야채나 나물부터 먹었다. 야채 등으로 배를 웬만큼 채운 다음에 밥을 먹다보니 식사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이 방법은 아예 습관이 됐다.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설탕이 든 음료수는 아예 입에 대지도 않고 살았다. 안씨는 “주부는 원래 음식 남는 것 많이 먹는데 이것이 당뇨에 매우 해로운 것 같다”며 “야채 위주의 식단이지만 가족들이 잘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도 처음에는 닥치는 대로 했다. 자전거 타기나 수영을 배웠고, 등산도 자주 다녔다. 나이가 들면서는 빨리 걷기를 주로 한다. 식사를 마치고 한 시간 정도 쉬고 난 뒤에 빠른 걸음으로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운동 시간은 40분에서 1시간 정도. 그렇게 두 차례를 걷는다. 하루 두 시간은 걷는 셈이다. 궂은 날에는 실내에서 걷기도 한다. 텔레비전 볼 때도 가만히 앉아서 보는 법이 없다. 당뇨 환자 가운데에는 불면증을 앓는 사람들도 많은데도 안씨는 걷기 운동 덕분에 잠자리에 들면 곧장 잠에 든다.

몇십년 동안 운동을 한 때문인지 그는 비슷한 나이의 어르신들이 흔히 앓는 관절질환이 없다. “며칠 전에 계원들과 계룡산에 다녀왔어요. 다른 사람들은 힘들어서 대부분 올라가는 것을 포기했는데 저는 잘 올라 갔다 와서 주위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당뇨를 앓은 지 40년이 지났지만 그에게는 합병증 징후도 없다. 잘 관리되지 않으면 대개 15년 만에 나타나는 망막증은 물론 신경 마비나 혈액 순환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30년 동안이나 당뇨약을 먹지 않고 혈당 조절을 해 낸 사실이다. 그는 철저한 식사량 조절과 운동만으로 혈당 조절에 성공했다. “여러 사정으로 병원을 옮기게 됐을 때 새로 진료를 맡은 의사가 당뇨가 아닌 것으로 판단할 정도였어요”

안씨는 8년 전부터 당뇨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는 남편의 병구완으로 생긴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 요즘도 간혹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혈당이 많이 올라가 스스로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당뇨라고 처음 진단받았을 때 안씨는 남편에게 “당뇨는 평생 가지고 가야 하는 질병이지만 결핵보다 훨씬 나아요. 남에게 옮기지 않으니까요.”라고 말하면서 기뻐했다고 한다. 이제 그에게 당뇨는 인생의 스승이다. 남들은 그에게 무서운 질병을 앓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는 당뇨를 자신의 삶을 겸손하게 돌아보게 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게 해 주고 있는 고마운 존재로 여기고 다.

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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