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17 18:59
수정 : 2005.05.17 18:59
나들이에 좋은 날씨라 놀이공원이 붐비는 때다. 놀이공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롤러코스터’다. 이 기구를 타다가 사고가 생겼다는 소식이 종종 들리기도 하지만 푯말에 쓰인 안전수칙만 잘 지키면 큰 부상을 입을 염려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신경외과 의사들 눈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5년 전 미국신경학회에서 일본 지바대학 연구진의 한 사례 연구가 소개됐다. 24살 여성이 하루에 세 가지 롤러코스터를 두 번 씩 탄 뒤부터 심한 두통이 생겼다. 그가 탄 것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고 빠르다고 꼽히던 657미터 높이의 ‘후지산’도 있었다. 머리 부상도 없었고 의식도 정상이었기에 처음에는 단순 두통으로 진단됐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도록 차도가 없어 정밀 검사를 해 봤더니, 뇌막 아래 피가 고여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도 몇 차례 있었다.
뇌막 아래 피가 고여 심한 두통을 보이는 이 질병은 원래 알코올 중독이나 고혈압, 당뇨가 있는 노인에게,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많이 생긴다. 머리가 앞뒤 위아래로 격렬하게 흔들릴 때 뇌가 뼈에 부딪혀 실핏줄이 터지면 생길 수 있다. 터진 실핏줄에서 흘러나온 피가 뇌와 뼈 사이의 공간에 고이면서 뇌에 압력을 주면 심한 두통을 느끼게 된다. 매우 드물긴 하지만 롤러코스터를 타다가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오르내리면서 목이 뻐근할 정도로 방향 전환이 잦은 놀이기구를 타면 멱살을 잡혀 몸이 거칠게 흔들릴 때와 비슷한 충격이 머리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놀다 온 뒤에 평소와 다른 두통이나 멀미, 물체가 두 겹으로 겹쳐 보이거나 초점 맞추기가 힘든 증상 등이 나타나면 반드시 의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놀이기구는 인체의 특성을 고려해 안전하게 설계돼 까다로운 심의기준을 통과한 것들이다. 뇌 손상의 원인이 롤러코스터가 아니라 이용자의 건강 상태나 여러 번 타는 것과 관련 있다는 업계 쪽 주장도 일정 정도 일리가 있다. 실제 기존 연구 결과들을 봐도 롤러코스터는 대부분 안전하다고 한다. 그러나 미리 경고를 받은 사람, 이를테면 노약자와 임산부, 심장병, 간질, 고혈압 환자 등이나 목에 부상을 입었거나 어깨, 목 근육이 약한 사람, 예전에 정형외과 수술을 받은 사람, 항응고제를 먹고 있는 사람은 좀 더 얌전한 탈 것으로 발길을 돌리는 게 낫다.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
www.enh21.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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