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건강 |
행복은 지능순이 아니잖아요 |
엄마들과 상담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지능지수에 관한 것이다. 아이의 지능이 높아야 앞으로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입학이전의 지능검사 결과는 자라면서 계속 변화한다고 설명해도 그 믿음이 쉽게 깨지지 않는다. 재미있는 실험 결과가 있다. 만 4살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능검사와 함께 마시멜로를 이용한 실험을 했다. 조삼모사와 비슷한데 당장 먹겠다고 하면 마시멜로를 하나만 주고, 15분 정도 기다리면 두 개 주겠다고 해 아이의 반응을 보았다. 이 아이들이 대학 시험을 볼 때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4살 때 지능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아이보다 마시멜로 먹는 것을 조금 더 참았던 아이들이 더 높은 성적을 받았다. 이와 함께 문제 행동을 나타내는 아이의 수도 뚜렷하게 적었으며 또래 관계나 어른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이렇듯 감성 발달에 대해 강조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들은 아이들의 지능을 높이는 데 관심을 쏟는다. 잘 팔리는 장난감의 대부분은 학습과 지능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선전 문구를 붙이고 있다. 정작 초등학교 이전 시기에 반드시 성취해야 할 감성 능력의 개발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고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학습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감정의 표현과 조절, 그리고 통제 모두 뇌신경의 작용으로 생긴다. 감정의 조절에는 대뇌 전 영역이 관여하지만 특히 변연계라고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변연계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성숙된 부분도 있고, 사춘기가 지날 때까지 아직 덜 성숙된 곳도 있다. 이에 갓난아이는 통증에 대해 반응을 보일 수는 있지만 그것을 슬프게 느끼거나 통증을 일으키는 자극에 화가 나지는 않는다.
최근의 뇌 영상 연구는 변연계 내에서도 편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른 아동기에 학대를 받은 뒤 나중에 비슷한 자극을 받으면 이 편도체가 과도하게 반응해 강한 감정 반응을 일으킨다. 이런 반응이 다른 대뇌 영역의 활동을 방해하면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것이다.
아이에게 숫자와 글자를 외우게 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를 받아들이는 아이의 마음이 불안하지 않고 안정되도록 아이의 편도체에 즐거운 기억과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것이 아이에게 필요한 최고의 학습이다.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solib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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