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인 정현이는 아버지 배학균씨와 함께 충남 천안시 남서울대학교 성암문화체육관 수영장에 다니며 수영을 배운다. 지난해 가을 시작했는데 지난 4월23일 천안꿈나무수영대회에 나가 초등부 1학년 배영 2등과 자유형 4등을 차지했다.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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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 사회가 함께
최갑심(76·충남 천안시 성환읍) 할머니를 언뜻 보면 촌에서 한평생 일만 하신 노인네, 바로 그 모습이다. 작은 키와 꾸부정한 허리, 그리고 거친 손마디. 최 할머니는 평생을 포도를 가꾸며 살아왔다. 그래서 누구나 그렇듯이 두 무릎엔 관절염이 자리잡고 있었고, 허리 역시 불편했다. 그러나 1년 전부터 달라졌다. 수영을 한 것이다. 그것도 최신식 시설을 갖춘 실내수영장에서다. 이제 1시간 정도는 쉽게 물에 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사우나까지 하며 근육의 피로를 달랜다. 도시에 사는 아들 집에서 사냐고? 남서울대 경기장·수영장등 개방
성환읍등 1500명 “도시 안부러워”
아니다. 동네에 들어선 대학체육관을 이용하는 것이다. 해가 떨어지면 아들이 모는 트럭을 10분 타고 논길을 달려 남서울대학교의 성암문화체육관에 간다. 물론 하루종일 과수일을 하며 지친 아들도 흙먼지 묻은 옷을 수영복으로 갈아입는다. 이제는 병원에 안 간다. 무릎은 부드러워졌고, 허리 통증도 사라졌다. 지난겨울 내내 일이 없는 오후 2시간 동안 이 체육관을 이용한 이영직(64) 아주머니도 온몸을 괴롭히던 통증에서 해방됐다. 시골 구석에 있는 이씨와 동네 주민 10여명을 대학 쪽에서 승합차를 운행해 운동하는 것을 도와줬다. 그동안 인근 주민에게 폐쇄적이었던 대학이 문을 열고 있다. 시설보호 등을 위해 주민들의 개방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했던 대학이 주민 건강을 위해 체육시설을 공개한 것이다. 물론 체육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고, 체육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도우미 노릇도 한다. ▶관련기사 5면 대학체육시설 개방의 선구자는 남서울대학교이다. 충남 천안시 성환읍에 자리잡은 남서울대는 지난해 5월 성암문화체육관을 완공하고, 주민에게 완전 개방했다. 330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연건평 6천여평의 체육관은 체육시설을 넘어서 지역문화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부드러움과 탄력을 갖춘 스웨덴 너도밤나무로 바닥을 깐 실내 주경기장(4500석)은 낮엔 학생들이 이용하고, 어둠이 깔리면 주민들이 찾아와 배드민턴·농구·배구 등을 즐긴다. 성환읍사무소 배드민턴 대표선수인 이국무(32)씨는 거의 매일 밤 10시까지 이곳에서 실력을 연마한다. 천안시 대표선수 선발대회에 나가기 위해 연습할 때면 읍사무소 직원들이 통닭을 사들고 와 격려한다. 지하엔 국제규격의 스쿼시 경기장과 방음장치가 잘 된 검도장, 유아체육실이 있다. 3층엔 첨단설비를 갖춘 피트니스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몸에 달라붙는 체조복을 입고 대형 거울 앞에서 땀을 흘리며 스트레칭을 하던 이윤영(56·여·성환)씨는 “1년에 63만원의 회비를 내면, 도심 아줌마 부럽지 않은 시설에서 각종 운동과 사우나까지 즐길 수 있다”며 건강미를 과시했다. 25m 레인 6개가 있는 수영장에는 어린이들이 노는 유아용 풀이 눈을 끈다. 지역주민을 위한 배려인 셈이다. 또 체온 유지를 위한 온수풀에는 손주와 함께 온 할머니가 손주의 재롱을 보며 물장구를 친다. 주변의 몇몇 초등학교는 낮에 수영 위탁교육도 실시한다. 체육관 벽은 미술품으로 장식돼 있다. 수천만원까지 하는 진품이란다. 이 체육관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이종효 교수는 “인근 성환읍과 천안시 등지에서 1500여명의 주민들이 체육관을 이용한다”며 “이제 대학이 지역주민에게 봉사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들은 다양한 체육시설이 있음에도 여전히 주민들에게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천안/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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