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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2 19:12 수정 : 2005.05.22 19:12

충남 아산 보건소는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전국 보건소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진명헌 내과전문의가 보건소 로비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과 격의없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보건복지부 평가 전국 1등한 ‘아산 보건소’

”우리 보건소가 전국에서 제일 좋은 보건소랴. 진작부터 세상이 다 알았는디 나라에선 인제야 알았내벼.”

충남 아산시 보건소에서 만난 장금순(62·아산시 읍내동)씨는 가슴에 약봉지를 품고 깔깔대며 웃었다.

지난 13일 이 보건소를 찾았을 때 만난 주민들의 평은 한결같았다. 장씨뿐만 아니라 손옥주(56)씨, 박경화(30)씨 등은 “가난한 사람을 사람 대접하는 곳이니 애초부터 최고 보건소 자리는 떼놓은 당상이었다”며 주저없이 “우리 보건소”라고 불렀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보건소를 상대로 한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은 그대로였다.

1998년에 지어진 아산보건소는 1000여평 넓은 터에 지하 1층, 지상 3층, 건축연면적 1096평 규모로 종합병원급이다. 의료진은 전문의 6명을 포함한 한방·양방 의사 32명을 비롯해 모두 120여명에 이른다.

건강검진실은 혈액으로 암을 일으키는 인자를 찾아내는 등 70여가지 검사를 하는 혈구 분석기와 풍진, 후천성 면역결핍증, 갑상선 질환을 가려내는 면역발광기, 생화학검사기 등 25종류의 첨단 장비를 갖췄다.


그러나 주민들이 ‘우리 보건소’라고 부르는 것은 좋은 건물과 시설, 우수한 장비에 앞서 보건소가 헌신과 친절을 밑바탕으로 발로 뛰는 의료서비스를 펼치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동안 방문보건사업 대상자인 거동이 불편하거나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 집에 있는 암환자 등 6900여명을 모두 조사해 1~4군으로 분류하고, 1군(집중관리대상)은 1주일에 1~2차례, 2군(정기관리대상)은 월 1~2회 찾아가는 맞춤식 의료서비스를 시행했다.

또 정부의 6대 건강증진사업인 금연·절주·건강·운동·영양·구강보건 사업 등을 모두 직접 운영해 효율성을 높였다.

여기에다가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든 반긴다. 요즈음은 요가와 비만 탈출 운동법도 가르친다. 물론 무료다. 또 자주 전화해 증세를 묻고, 아이들 예방 접종일까지 일일이 알려준다.

이처럼 신뢰가 쌓이면서 시작한 주민참여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자원봉사자 200여명과 질병모니터 요원 700여명이 방문보건사업 대상자 집에서 청소·세탁·목욕 봉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마을별로 독거노인을 보살피며, 전염병 발병 등을 알리는 등 ‘건강 지킴이’로 자리매김했다.

두달여 전부터는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휴일 진료를 시작했다. 또 7월부터는 차상위 계층 가운데 40살 이상 1만5천여명의 건강 관리를 위해 전수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환자와 의료진의 마음이 통하는 것보다 더 좋은 약은 없죠. 우리 보건소 표어인 ‘소외는 이제 그만, 가족처럼 하나 되어’를 실천하는 의료기관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죠.” 진명헌(32·내과) 전문의의 말이다. health.asan.chungnam.kr (041)544-4000.

아산/송인걸 기자


“진료기관서 탈피 방문보건사업 펼쳐야”

▲ 정갑희 아산보건소장
정갑희(60) 충남 아산보건소장은 13일 “미래의 보건소는 진료기관에서 벗어나 건강교육 사업을 맡아 주민 건강을 지키고 정신 장애인들과 사회 소외 계층을 보살피는 방문 보건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병·의원 등 진료기관이 크게 늘어난 만큼 보건소는 공공기관으로서 사회복지와 공익 부문 구실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방문보건사업은 우리나라가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대상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규모 확대가 시급하지만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며 “방문보건사업과 자원봉사 체계를 어떻게 연계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낡은 보건소를 대형화하고 자치단체 일반회계를 기준으로 3%대에 머물고 있는 보건소 예산을 5% 이상으로 높여야 공중보건이 제 구실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보건의료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고소득자일수록 의료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유럽 선진국형 ‘개(介)보험제도’ 의무화를 제안했다.

그는 1990년 온양보건소에 물리치료실을 설치해 전국 보건소로 확산시켰으며, 보건소 한방 무료진료도 처음 시작했다. 이는 공중보건 한의사 제도를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그의 공중보건 철학이 배어 있는 아산보건소는 7년여 전부터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장으로, 32개 나라에서 45개 팀이 찾아와 배우고 갈 정도로 수준이 높다.

“30대 최연소 보건소장이었는데 어느덧 올 연말이면 정년을 맞는 최연로 보건소장이 됐습니다. 40년 가까운 공직생활을 후회 없이 마치게 돼 행복합니다.” 그는 믿고 따라준 직원들과 주민들의 사랑에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아산/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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