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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열린 사내 부서별 건강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위아 직원들이 창원 시내를 힘차게 달리고 있다. 위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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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제조 창원 ‘위아’ 의 달림이들
⑴ 보통사람 3인의 건강한 삶
⑵ 주민에게 활짝 문을 연 학교
⑶ 사원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일터
⑷ 주민 건강 챙기는 지방자치단체
도산 뒤 분위기 바닥
회사, 스포츠로 융화 나서
마라톤 동호회 장려
건강해지고 가족 화목
산재 줄고 회사 매출 쑥쑥
공업도시 경남 창원시에 어둠이 내리면 ‘노란 조끼’들의 질주를 흔히 볼 수 있다.
동네 골목은 물론이고, 성주사로 향하는 외곽 도로, 안민고개 등에 노란색 조끼를 입은 반바지 차림의 ‘달림이’들이 건강을 자랑한다.
이들 ‘노란 달림이’들은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서 그 위력을 발휘한다.
지난해 경주 동아마라톤 아마추어 남자 풀코스 부문 1·3·4·5·6위와 2만여명이 참가한 올 3월 동아 서울국제 마라톤대회 1·2·3·4·6위를 휩쓸었다.
이들은 창원 가음정동에 본사를 둔 주식회사 ‘위아’의 직원들이다.
위아는 공작기계와 자동차 부품, 항공기 랜딩기어 등을 만드는 종합 기계 전문기업이다.
놀라운 것은 1900여 직원 가운데 1000여명이 마라톤을 즐긴다는 점이다.
한 마라톤 대회의 풀코스에 600여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더 놀랍기는 풀코스 기록이 2시간대인 이른바 ‘서브-3’ 기록자가 200여명이나 된다. 그리고 국내 마스터스 마라톤 통산 최고 기록인 2시간22분54초의 보유자가 이 회사 직원인 김용택(28·경리부)씨 이기도 하다.
이 회사가 마라톤으로 이름이 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김평기(58) 사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이 회사의 전신인 ‘기아중공업’이 모기업이던 기아그룹이 부도가 나며 97년 도산했고, 현대자동차에 인수되면서 사령탑이 된 김 사장은 바닥에 떨어진 회사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마라톤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부서별로 마라톤 동호회를 만들고, 대회 참가비 등을 지원하며 ‘스포츠를 통한 융화’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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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삼성코닝정밀유리 창립 10돌 기념 사내 마라톤대회에 출전한 이석재 사장(왼쪽)이 직원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 삼성코닝정밀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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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마라톤 대회 땐 ‘비익조’(항공기 부품), ‘105리’(변속기), ‘정마클럽’(등속조인트), ‘해피런’(공작기계) 등 사내 마라톤 동호회가 열띤 경쟁을 벌인다.
“처음 회사에서 달리기를 한다고 했을 때 반발하거나 비웃는 사람도 적지 않았죠. 하지만 한두 번 참여하다 보니 느끼는 보람과 희열이 여간 큰 게 아니었습니다. 몸이 좋아지는 것도 느낄 수 있었고요!”
홍종표 주임(변속기 생산부)은 “가장들이 건강해지니 그 효과는 곧 가족의 화목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런 역동적인 회사 분위기는 곧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조우성 과장(총무팀)은 “1900명이 넘는 기계 제조업 회사에서 산재환자가 불과 서너 명 정도이고, 불량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건 업계에서도 놀랍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마라톤을 즐기게 된 이후 직장 회식에서 술이 적어졌으며, 스스로 담배를 끊는 사원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소개한다.
공단내 무분규 사업장으로 손꼽히는 위아는 실제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다.
99년 부도 당시 2천억원이던 매출은 2003년엔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는 1조8천억원, 그리고 올해는 2조8천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달리기로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회사로는 삼성코닝정밀유리(천안)도 유명하다.
지난 2일 회사 창립 기념식 때 전체 직원(880여명) 마라톤 대회를 열기도 한 이석재 사장은 “직원 가운데 입사 3년차 미만이 70%이고, 평균 나이가 27.6살로 은 사람들이 많아, 이들에게 마라톤을 통해 끈기와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일하다 생긴 스트레스 직장에서 풉시다”
스트레스 관리프로그램
SK 직원 호응 높아
“직장 생활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직장에서 풀어야지요!”
회사 생활 11년차인 이임철(36·㈜에스케이 소매개발팀 과장)씨는 한 달 전부터 일주일에 하루는 저녁 7시 이전에 집에 들어간다. 또 출근 전 아침마다 30분 정도 산책을 한다. 주말에는 좋아하는 책을 보는 시간을 갖고, 가족과의 대화 시간도 늘렸다.
이씨가 이런 습관을 갖게 된 것은 정신과 전문의한테서 권유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 달 전 그는 회사가 인제의대 백병원 정신과와 함께 ‘하모니아’라는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정부 쪽과 다른 기업들을 상대하는 업무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느꼈고, 퇴근 무렵에는 가끔 어깨와 목이 아프고 두통도 있었던 이씨는 스트레스 수치나 한 번 재어 보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평소 생활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조사했고, 정신과 의사와 전문 심리 상담가에게 몸의 자율신경계 흥분 정도를 측정받았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몸의 자율신경계가 균형을 잃어 불안이나 두통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이씨는 ‘스트레스가 매우 심하다’는 등급 판정을 받았다. 평소 사내 동호회,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병원 정신과 팀은 “이씨가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스트레스 정도가 심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개별적인 상담을 거쳐 그에게 맞는 긴장 해소법을 추천했다. 개인 상담 시간에는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아이 교육과 부모님 모시는 문제 등 가족 문제도 상담할 수 있었다.
개개인의 스트레스 검사와 더불어 이씨는 직장 동료들 사이의 갈등 해소를 위한 작은 그룹 상담에도 참여했다. 이씨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느끼는 크고작은 불만을 서로 이야기한다는 그 자체로 마음속 응어리가 풀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침 산책 등을 통해 어깨 등의 통증도 많이 줄어든 기분”이라며 “무엇보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되찾았다는 것이 가장 기쁘다”고 덧붙였다.
회사가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됐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 안태진 하모니아 담당자는 “소그룹 상담과 더불어 갈등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람도 벌써 200명에 이르고, 전문의와의 상담도 하루 2~5건 정도 된다”며 “이런 참여는 개별적으로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 쪽에서 근무 시간에도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도 높은 참여율을 보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자문 의사인 우종민 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스트레스는 정신적 질환은 물론, 위장병, 심혈관 질환, 당뇨, 고혈압 등 거의 모든 질병의 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며 “직장인들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이 나서서 사원들의 스트레스를 해결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또 “개별적인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과 함께 갈등이 쌓이게 하는 회사의 구조적인 모순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함께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폐암 유발 작업환경 놔두고 금연만 하면 튼튼해질까요”
백도명 노동건강연대 상임대표
“운동, 금연에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건강한 직장을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백도명 노동건강연대 상임대표(사진·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비만, 스트레스 관련 질환 등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가 운동 프로그램, 스트레스 관리 등 건강증진 사업을 벌이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이보다 더 기초적이며 다급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직장인들을 여러 질병으로 내모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연, 운동 등과 같은 건강증진 활동만 한다면 직장인들의 건강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칫 직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이런 경우를 들었다. 간에 해로운 유기용제를 다루는 회사에서 술을 줄이는 금주 운동을 한다고 치자. 금주 운동 자체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겠지만, 자칫 유기용제라는 근본 문제의 해결에는 소홀히 하게 된다. 또 유기용제 때문에 간에 문제가 생겼는데도, 회사에서는 금주 운동을 했으므로 술을 마신 직장인 개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도 있게 된다는 얘기다.
백 교수는 “1990년대 말에 한 제철회사가 회사 차원의 금연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그 성과가 매우 좋았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며 “금연 운동이 분명 긍정적이긴 하지만, 이 운동은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코크스 때문에 노동자가 폐암에 걸린 것이 계기가 돼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금연 사업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작업하는 노동자들이 코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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