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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3 14:52 수정 : 2005.06.03 14:52

영화 <저지걸> 가운데 한 장면.

영화속건강 | 저지걸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줬던 영화 <저지걸>은 제니퍼 로페즈, 맷 데이먼, 윌 스미스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여주인공은 시골 여인 마야(리브 타일러 분). 그러나 산부인과 전문의인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마야가 아니라 초반부에 등장해 영화의 빌미를 제공하고 사라지는 거티(제니퍼 로페즈 분)였다.

남자 주인공 올리(벤 애플렉 분)는 뉴욕의 연예계 스타 홍보전문가다. 그의 성공 뒤에는 타고난 재능과 일에 대한 열정이 있다. 그러나 그가 일보다 더 사랑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그의 아내 거티다. 남부러울 것 없는 그에게 호박이 넝쿨 채 들어오는 일이 일어난다. 바로 거티의 임신이다. 태교 교실에 매일 늦는 올리와 임신 스트레스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거티는 티격태격하기 일쑤지만 서로를 아끼며 태어날 아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거티는 출산 직후 스르르 의식을 잃고는 영영 깨어나지 않는다. 원인은 동맥류로 밝혀진다. 동맥류는 동맥혈관이 약해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출산시 너무 힘을 줘 압력이 가해지면서 약해진 혈관벽이 풍선처럼 부풀어올라 터진 것이다. 거티는 분만 준비도 차분히 잘하고 좋은 분만법을 선택했지만 미처 파악하지 못한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렇다고 임신을 한 여성들이 지레 겁을 집어먹을 필요는 없다. 이는 매우 드문 경우로 영화 속 극적인 설정을 위해 사용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꼼꼼한 산전검진을 받는다면 출산시 올 수 있는 대부분의 위험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한편, 영화는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출산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올리가 항상 헐레벌떡 늦게 뛰어오는 라마즈 클래스는 남편과 함께 수업을 받고 돌아가는 임산부들로 만원이다. 라마즈 호흡법은 숨쉬는 법을 조절함으로써 출산시 진통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출산을 하는 것은 아내이지만 남편도 함께 참석해 라마즈 호흡을 연습한다. 또 거티는 분만실에 혼자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맡에는 출산을 응원하는 남편 올리가 있었다. 갓 태어난 아기의 탯줄을 자를 기회 역시 올리에게 주어졌다. 이를 가족분만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널리 실시되고 있다. 가족이 함께 분만실에 들어와 산모를 격려하며 아이를 낳기 때문에 산모가 안정된 상태에서 아기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분만실에 들어오기를 두려워하는 남편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가족분만은 전적으로 가족의 협의하에 이뤄지는 일이다. 되도록 올리처럼 출산의 신비와 기쁨을 함께 누려볼 것을 한국의 남편들에게 권하고 싶다. 특히 아이의 탯줄을 직접 자르는 것은 여성의 출산 경험만큼이나 남성에게 일생에 있어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김낙연/호산산부인과병원 원장 www.ladyhosan.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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