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작은자매회 수녀들이 지난 8일 경기도 포천시에 문을 연 모현의료센터 개원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수녀들은 호텔같이 지은 병원의 운영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하느님 뜻대로 하실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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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24시간 섬깁니다” 참 좋은 병원이 생겼다. 지난 8일 경기도 포천시 신읍동에 문을 연 모현의료센터. 우리 나라 최초의 호스피스 전문 병원이다. 호스피스는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대신 환자가 인간의 품위와 존엄성을 지키면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남은 가족들은 죽은 이와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이 세상을 가치있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품위있고 편안한 죽음 도우미
고급스럽지만 부담적은 병원
적자나면 수녀 월급 기부 각오 이 병원은 마리아의작은자매회 수녀들의 ‘큰 꿈’이었다. 1960년대 우리 나라에 호스피스를 처음 소개한 이 수녀회는 1971년 경기도 포천에서 가정 방문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하면서 서울 가까운 곳에 호스피스 정신을 오롯이 담은 전문 병원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4년 뒤 그 꿈은 이뤄졌다. 마리아의작은자매회 수녀들의 꿈을 담은 모현의료센터는 일반 병원과 다른 점이 많다. 이 병원의 주인은 환자이고 의료진과 직원은 섬기는 사람들이다. 병상을 18개만 둔 것도 20개가 넘으면 환자를 제대로 섬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직원수가 환자와 거의 비슷하다. 간호사 충원이 이뤄지면 이 병원에는 의사 2명, 간호사 9명, 사회복지사 3명, 물리치료사 1명 등 20명 가까운 직원이 일하게 된다. 특히 정극유 박사와 수녀인 메리 트레이시 박사는 국내에서 아주 드문 호스피스 전문의사다. 병원 시설도 최고급이다. 옅은 나무색톤의 병실은 호텔처럼 아늑하다. 병실마다 욕실이 딸려 있고, 환자들이 누워서도 바깥 경치를 볼 수 있도록 창문턱을 크게 낮췄다. 작지만 병실마다 테라스도 있다. 병실도 1인실 1개, 2인실 7개, 4인실 1개 등 쾌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모현의료센터는 다른 병원에서 20~30만원씩 받는 상급병실료를 받지 않는다. 부대 시설은 종합병원 수준이다. 아로마치료실과 가족휴게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호스피스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실도 있다. 입원 진료를 제외한 외래 진료는 하지 않는다는 것. 본업인 호스피스 활동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대신 조만간 지역 주민가운데 호스피스의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방문간호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입원비도 싸다. 치료, 통증완화, 간병, 심리적 지지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환자들은 24시간 정성스런 ‘섬김’을 받지만 한 달 입원치료에 드는 비용은 120~150만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병원 운영이다. “서울의 한 병원장님이 보시고는 큰 걱정을 하세요. 병원은 호텔처럼 지어놓고 병실수는 얼마되지 않은데 운영이 가능하냐는 말씀이셨어요.” 원장은 박미영 수산나 수녀의 말이다. 다른 수녀들도 모두 이 병원이 처한 현실을 안다. 그럼에도 8일 열린 개원미사에 참여한 수녀들가운데 걱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일이니 잘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30년동안 덜 먹고 덜 쓰고 10억원 이상을 모아 병원 건축비의 상당부분을 부담한 수녀들이다. 적자가 날 경우 병원 직원으로 일하는 수녀 5명이 월급을 다시 기부할 계획이고, 청원자 포함 40명이 되는 수녀회 수녀들이 유사시에 대비해 지원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200여 명에 달하는 후원회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제 마리아의작은자매회 수녀들은 또 다른 꿈을 꾼다. 모현의료센터처럼 환자를 섬기는 병원이 많아지는 것이다.(후원문의)031-536-8998 포천/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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