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28 18:50
수정 : 2005.06.28 18:50
[정유미의 아이건강]
최근 뇌수막염이 돈다는 말이 나오면서 아이가 열이 좀 나고 머리가 아프기만 해도 이 질환이 아닐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뇌수막염에 걸리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고, 낫더라도 두뇌 발달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뇌수막염은 이처럼 겁나는 병이기는 하지만, 흔히 유행하는 것은 뇌수막염 가운데 위중도가 가장 낮은 바이러스성이어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뇌수막염은 머리 뼈 안에 뇌를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에 생긴 염증이다. 원인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당장에 항생제를 쓰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은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개는 큰 문제없이 그냥 좋아진다.
증상은 열이 나고 머리가 심하게 아프면서 토하는 것이다. 아이가 이유 없이 보채며, 피부에 발진이 생기기도 한다. 목이 뻣뻣해져 목을 움직이면 아프고,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 어린 아기는 울음이 날카로워지고 잘 먹지 않으며 의식이 흐려지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경련이 나타나기도 한다.
뇌수막염이 의심된다면 뇌척수액 검사를 해야 제대로 진단할 수 있다. 이 검사는 등에 바늘을 꼽아서 척수액을 뽑아 검사하는 것으로, 겁나 보이기에 꺼려하는 부모도 많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별로 위험하지도 않는데 꼭 검사해야 하느냐고 묻는 부모도 있다. 바이러스가 확인된다면 그렇게 해도 되겠지만 세균성 뇌수막염은 워낙 급속히 증상이 나빠지기 때문에 빨리 척수액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많다.
흔히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대개는 별다른 치료 없이도 좋아진다. 물론 증상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면 훨씬 편하게 지나갈 수 있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쓰고 토하면 전해질을 보충해주고 쉬게 한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며, 꾸준히 의사의 진료를 받아 완치된 것을 확인해야 한다.
뇌수막염이 유행한다며 예방접종을 해달라거나, 예방 접종을 하면 뇌수막염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예방접종으로 예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히브 접종’이라 불리는 예방접종은 흔하지는 않지만 위험한 ‘히브’박테리아성 뇌수막염 가운데 한 종류를 예방할 뿐이다. 비용이 부담되지 않는다면 생후 두달부터 5살 이하의 아이들은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을 예방하려면 평소에 손을 자주 씻고, 칫솔질을 잘 하며, 푹 쉬면서 사람 많은 곳을 피해야 한다. 만약 뇌수막염이 걸린 아이와 같이 놀았는데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면 일단 긴장을 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소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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