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7.01 13:21 수정 : 2005.07.01 13:21

영화 <극장전> 가운데 한 장면.



영화속건강 | 극장전

영화 속 영화 주인공 상원(이기우 분)은 종로 거리를 배회하다 우연히 첫사랑 영실(엄지원 분)을 만난다. 어딘지 위태롭던 19살, 운명 같은 만남도 잠시. 이들은 자살을 결심한다. 이어지는 영화 밖 영화에는 10여년째 영화감독 데뷔 준비 중인 동수(김상경 분)가 있다. 그는 선배인 형수(김명수 분)가 연출한 영화 <극장전>을 보고 나오던 길에 극중 여주인공을 연기한 영실을 만나게 된다. 시덥잖은 대사로 시작된 이들의 만남은 이후 ‘극장열전’의 카타르시스로 치닫게 된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수에 미소를 주는 주인공 동수. 그러나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동수보다 형수였다. 형수는 폐암 환자로, 이 시대의 자화상으로 비쳐진다. 병상의 형수는 생뚱맞은 성격의 동수를 오열케 할 정도로 힘들어 보인다. 동수는 폐암의 진행 상황 가운데서도 말기이기 때문에 당연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말기 폐암은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 때문에 이때는 완치 목적의 치료보다는 환자의 통증을 줄이고 남은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치료를 중시하게 된다. 최근 폐암 말기 치료제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레사’라는 약도 이런 환자를 위해 쓰인다. 이 약은 기존의 화학 항암치료제와 달리 암 세포만을 공격하는 타깃 치료제다. 이러한 타깃 치료제는 기존 항암치료제를 복용할 때 나타났던 구토, 탈모, 설사, 백혈구 수치 감소 등의 부작용이 현저히 줄어들어 입원 치료 없이도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레사의 경우 최근 대규모 임상을 통해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에게 더욱 뛰어난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 밝혀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러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은 환자들을 위해서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예방적 차원에서의 조기검진이나 금연의식이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는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기만 하다.


형수는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적 특성상 밤샘 작업과 불규칙한 생활, 스트레스로 인한 과도한 흡연 습관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이는 폐암 발생의 촉진인자가 된다. 만약 형수가 조금만 더 자신의 건강을 체크했다면 젊은 나이에 이런 불행은 닥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수는 형수처럼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병원을 나서자마자 담배를 꺼내 문다. 이때 ‘살기 위해 생각해야 한다’고 되뇌던 동수의 대사는 아이러니의 극치다. 물론, <극장전>은 금연 홍보영화가 아니기에 탓할 수는 없다. 다만 꿈을 이루고 오래오래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동수의 아이러니한 흡연 장면을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담배 피우며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의 금메달감이다.

신경철/ 영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med.yu.ac.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