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7.05 18:09 수정 : 2005.07.05 18:09

올 여름 사상 최악의 무더위라는 예보는 다행히 살짝 빗나갈 것 같다. 하지만 여름이 깊어지면서 점점 더위에 지쳐 기운이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무기력해지지 않게 생활을 다잡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 몸에는 주변 환경의 온도가 변해도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시스템이 있다. 체온이 올라가면 땀을 흘리거나 혈관을 확장해서 열을 밖으로 내보내고, 체온이 떨어지면 땀샘과 혈관을 수축해 열 손실을 줄인다. 이때 65살 이상의 노인, 고혈압 환자, 심혈관계 질병을 앓는 사람 등은 혈관이 수축 또는 팽창이 심장과 혈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너무 춥거나 더운 날씨가 심혈관계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켜 심장에 통증이 느껴지는 ‘협심증’이나 산소 공급 부족으로 심장근육이 죽는 ‘심근경색증’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날씨가 더우면 땀으로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고 혈관이 과도하게 늘어나 혈압이 떨어진다. 그러면 반사작용으로 심장박동이 빨라지게 된다. 심장병이나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이런 급격한 심장 운동은 견디기 힘든 고통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날씨와 심근경색증의 관련성은 뚜렷한 편이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1990년부터 7년 동안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환자와 사망자수를 조사한 결과,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10월부터 환자가 늘어나서 12월에 최고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살 이상 노인에게서 기온과 심근경색증의 연관성이 두드러졌다. 노인들은 추위뿐만 아니라 더위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더운 날씨에 오래 노출될수록 심근경색증을 일으킨 노인이 많았다.

때문에 요즘처럼 더울 때는 한낮의 야외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땀을 잘 흡수하는 천연섬유 소재로 헐렁하고 편안한 옷을 입으면 체온 조절에 도움이 된다. 땀으로 잃은 수분은 충분히 보충해줘야 한다. 이때 알코올이나 카페인이 든 음료는 소변 배출을 촉진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2003년 8월 유럽을 강타한 폭염으로 유럽 전역에서 약 3만 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가 냉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집에서 혼자 사는 노인이었다고 한다. 개인 차원에서 올바른 식생활과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기상변화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질병발생 가능성을 예보하는 조기경고 시스템을 갖추는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날씨와 건강의 관계가 이처럼 뚜렷할진대 천재지변이라고 손놓고 있어서는 국민건강 증진에 최선을 다한다 할 수 없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 www.enh21.org )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