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9 17:49
수정 : 2005.07.19 17:50
장맛비가 수그러들고 한여름 무더위가 고개를 드는 요즘, 실내수영장만큼 좋은 피서지도 없다. 하지만 이곳이 맘 놓고 놀아도 안전한 곳인지 냉정히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수영장 소독에 사용되는 ‘염소’라는 물질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염소가 수영하는 사람들, 특히 어린이에게 천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는 몇 해 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물속으로 배출된 땀이나 소변이 염소와 반응해 생긴 ‘나이트로젠 트리클로라이드’라는 물질이 폐 세포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염소는 몸 안의 지방세포와 비타민 이(E)를 분해해서 아토피성 피부염을 악화시키고 여드름, 건선, 습진 등의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머리카락의 천연 성분을 파괴해서 머리 결이 건조하게 돼 윤기가 없어지거나 갈라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수영을 하다보면 많건 적건 간에 수영장 물을 먹게 된다. 몸속에 들어온 염소 성분은 장 속의 유익한 세균도 죽인다. 특히 비타민 비(B)12와 케이(K)를 생산하는 세균과 소화를 돕는 세균이 염소에 쉽게 분해 된다. 수영장 물속의 염소가 사람의 땀, 소변 등에 든 유기물과 반응해 생기는 물질 중에는 ‘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도 있다. 이 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쉽게 분해 되지 않고 지방세포에 쌓이며,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면역 능력을 떨어뜨린다. 미국 환경부는 이 물질을 유방암, 방광암, 장암 등의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보통 수영장에서 잘 걸리는 눈병, 피부병도 모자라 천식에 위장병 위험까지 있다니, 수영장 가기가 찜찜할 것이다. 그렇지만 서너 가지 수칙만 잘 지키면 수영장의 염소 때문에 생기는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우선 수영장 이용객은 물에 뛰어들기 전에 샤워를 해서 몸의 분비물을 깨끗이 없애야 한다. 물론 나갈 때도 몸에 남은 염소 성분을 물로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그리고 되도록 수영장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수영하기 전에 유산균 음료나 우유를 먹어 두면 염소 때문에 생기는 위장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영장 시설을 관리 운영하는 쪽에서도 할 일이 있다. 먼저 수증기 형태로 올라오는 염소가 실내에 오래 남아 있지 않도록 환기를 잘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염소를 덜 쓰는 소독법으로 바꾸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구리와 은을 이용해 염소를 아주 조금만 써도 물 소독관리 기준을 맞추는 방법이 개발돼 만족스런 결과를 얻고 있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www.enh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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