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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6 17:00 수정 : 2005.07.26 17:02

■ 한의사 권선영의 몸과 마음

음식은 많이 먹는다고 다 몸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소화 흡수된 만큼만 몸으로 가고 과식을 하면 도리어 배탈이 나기 일쑤다. 몸은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받아들인다. 불규칙한 식사습관이나 과식 등은 소화기능을 점점 떨어뜨린다. 급기야 잘 체하고 적은 양도 소화하지 못하게 된다.

감정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일상에서 특히 사람을 만나면서 수백 번씩 수많은 감정을 겪는다. 이런 감정들은 일어났다 아무 일없이 그냥 사라지는 것일까? 겉으로 보기에 그냥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다. 감정도 음식과 같아서 일단 소화가 되어야 한다. 음식이 소화되지 못하면 배탈이 나 고생을 하듯이 감정도 소화가 안 되면 고생을 하게 된다.

옛말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는 말이 있다. 그럼 그 여자는 한을 어디에 품었을까. 또 예전에 어떤 이가 너무 슬퍼서 하루를 꼬박 울었더니 그 다음날 장이 다 녹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슬픔과 한은 모두 부정적인 감정들이다.

잠깐 음식으로 다시 가서 보자. 음식은 소장에서 흡수된다. 그리고 대장에서 찌꺼기들을 배출한다. 감정도 신기하게 음식의 소화흡수와 같다. 우리는 종종 ‘나는 아무개에게 감정이 있어’라고 이야기 한다. 또 잊은 듯해도 조건만 성숙이 되면 안에 있던 감정들이 불거져 나오곤 한다. 이런 감정들은 소화되지 않고 안에 그대로 남아 있는 감정들이다.

‘천추에 한이 맺힌다’라는 말이 있다. 천추는 일천 천에 가을 추라는 한자를 쓴다. 천추에 대해 나는 재미있게 해석해보고 싶다. 한이 맺히는 곳이 천추라고 말이다. 그럼 천추는 어디인가. 천추는 대장을 의미한다. 대장은 에너지가 모이는 곳이다. 슬픔이 지나치면 한이 되는데 이 슬픔과 한 또한 소장과 대장에서 소화를 시킨다. 너무 한이 많으면 남을 믿지 않게 되고 마음을 열지 않는다. 대장의 에너지도 열리지 않아 변비가 되기도 한다. 또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면 대장의 에너지가 약해져 쉽게 설사를 하게 된다. 이런 슬픔과 한 뿐만 아니라 분노, 증오, 미움, 공포 등의 다양한 감정들도 소장과 대장에서 처리한다. 처리되지 못한 감정은 음식물 찌꺼기처럼 소장의 어떤 부위를 막고 긴장시킨다. 자연 음식물 흡수에도 나쁜 영향을 미쳐 몸을 약하게 한다.

그렇다면 감정은 어떻게 소화를 시켜야 할까. 물론 아주 어려운 문제이다. 그냥 참으면 안에서 독으로 쌓이고 밖으로 표출한다 해도 나와 남에게 모두 상처만 입힐 뿐 풀리지 않는다. 가장 좋은 감정 소화법은 이해라고 할 수 있겠다. 진정으로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 등을 이해해야 용서가 되고 사랑이 나올 것이다.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자신에 대한 용서와 사랑이 가장 좋은 소화제이다. 한의사 권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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