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02 16:09
수정 : 2005.08.02 16:10
아이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등 주의가 산만해서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단 삼십 분이라도 책을 붙들고 진득이 앉아 있어주면 좋으련만, 번번이 기대를 저버리는 아이가 야속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 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라면, 밤에 잠은 잘 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어도 이런 행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아동기에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증상은 이름 그대로다. 이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채 오래 두면, 친구 관계도 원만하지 못하고 학습능력도 떨어지며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그런데 수면 전문가들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같은 수면장애가 있는 아이가 지나치게 활동적이고 산만한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면> 최근호에 소개된 연구결과를 보면, 코를 골면서 자는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에 비해 훗날 과잉행동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네 배나 높게 나타났다. 또 미국 미시간 대학의 연구진은 2~13살 어린이 229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자녀의 수면습관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이고, 4년 뒤에 다시 한 번 이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일상적으로 코를 고는 어린이들은 코골이가 없는 아이들에 비해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증상을 보이는 비율이 두 배 높았다. 뿐만 아니라 이미 연구 시작 단계에서 지나치게 산만했던 어린이들은 수면무호흡증 증세가 심할수록 산만한 정도가 두드러졌다. 수면무호흡증이 가장 심한 집단으로 분류됐던 8살 이하의 남자 아이들은 수면장애가 없는 또래에 비해 무려 아홉 배나 높은 비율로 과잉행동장애를 보였다.
수면무호흡증이란 자는 동안 기도의 공기 흐름이 막혀 호흡곤란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호흡곤란으로 신선한 공기가 폐로 전달되지 못하면 뇌는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자는 사람을 깨워 큰 호흡을 하도록 만들고, 근육을 수축시켜 공기통로를 열어준다. 이러니 자다가 자주 깰 수밖에 없고 수면의 질은 떨어진다. 다음 날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고, 차분하게 뭔가에 열중하기도 쉽지 않다. 어린이의 경우 편도나 아데노이드가 커진 경우 수면무호흡증이 일어날 수도 있다.
어린이의 과잉행동장애가 반드시 수면장애 때문에 일어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분명 둘 사이엔 밀접한 연관이 있다.
어떤 질병이든 예방과 조기 발견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 너무 활달하다고 야단치고 무조건 얌전하기를 강요하기 전에 자녀의 자는 모습을 잘 살펴서 수면무호흡증은 없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환경보건학 박사·환경과건강 대표(www.enh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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