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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30 18:57 수정 : 2005.08.30 18:57

법구경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비구들이 수행기간에 수행을 열심히 했다. 그때 음식을 담당하던 아주머니가 자신도 수행을 할 수 없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비구가 어떤 일을 하든지 수행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수행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이 여인은 밥을 하건 빨래를 하건 수행을 열심히 하여 성인의 경지에 올랐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열심히 수행하는 비구들은 전혀 수행의 열매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깨달은 지혜로 가만히 살펴보니 음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음식을 바꾸니 수행하던 비구들이 아라한이 되었다.

음식 때문에 아라한이 되기도 하고 못 되기도 한다는 것이 얼핏 이해가 안가나 어쨌든 음식이 중요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또 음식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일전에 일본의 유명한 회사 사장이 기차를 타게 되었다. 기차 안에 앉아 가는데 한 학생이 도시락을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식사하는 그 태도가 얼마나 공손하고 경건한지 성스런 의식 같았다. 기차에서 내리는 그 학생을 따라가 연락처를 물은 뒤 삼고초려를 하여 직원으로 채용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온전히 음식만을 먹지 못한다. 음식 잘 먹어 성인이 되기는 고사하고 우리 몸 하나도 건사하지 못한다. 음식을 먹으며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씹는지, 목으로 넘어가는지 알지 못하고 다른 데 온통 의식이 가있기 일쑤다. 음식은 위로 들어가나 음식 먹을 때 하는 생각, 걱정, 근심은 어디로 갈까? 이 생각과 걱정들은 위의 에너지가 흐르는 위의 경락이라는 곳으로 들어간다. 자연 위의 경락들이 막히고 순환이 좋지 않게 되어 위장의 기능이 떨어진다. 당연히 소화가 잘 안되고 잘 체하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음식에 체한 것이 아니라 생각에 체한 것이고 걱정에 체한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온전히 음식만 먹는다면 과식이 아닌 이상 체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위장병도 덜 할 것이다. 생각과 걱정을 씹지 않고 음식만을 씹으면 음식의 맛도 느껴질 것이고 충분히 씹게 되어 소화도 잘 될 것이다. 절로 식사하는 모습이 경건해 질 것이다. 아마 그렇게 식사하다 보면 아라한도 되지 않을까.

감정이나 걱정은 마치 음식처럼 비와 위의 경락이 받아들인다. 우리말에 ‘저 사람 참 비위가 좋다’라고 하는데 비위가 좋다는 말을 보면 감정을 잘 받아들인다는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속칭 비위가 안 좋아 남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한 사람들이 실제로 소화력도 떨어지고 잘 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식사할 때만이라도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으면 위도 나빠지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식사한다면 심장의 경락이 열려 더욱 소화 흡수가 잘 될 것이다. 혹시 아는가. 식사하다가 도인이 될지! / 한의사 권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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