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5 19:18
수정 : 2005.09.05 19:18
일부는 헌혈때 검사했는데도 몰라
후천성 면역결핍증(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이 수혈되고, 감염 혈액을 원료로 만든 혈액 제제 2만6천여병이 시중에 유통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고경화 한나라당 의원이 5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에이즈 감염자 김아무개(23)씨가 인천에서 헌혈한 혈액이 당시 교통사고를 당한 20대 여성에게 수혈됐다. 이 여성은 수술 직후 숨져 에이즈 감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의 혈액은 제약업체 두 곳에도 공급돼, 5월 이 혈액을 원료로 한 알부민 3798병이 시중에 유통됐다. 또 지난해 9월 다른 에이즈 감염자 강아무개(25)씨가 헌혈한 혈액으로 만들어진 알부민 등 주사제 2만3006병도 올봄 시중에 판매됐다.
특히 적십자사는 김씨가 지난해 12월 헌혈할 당시 바이러스 검사를 잘못해 양성을 음성으로 판정했으며, 김씨가 4월 다시 헌혈을 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적십자사로부터 이런 내용을 통보받은 뒤 제약업체에 해당 원료를 폐기하라고 지시했으나, 이미 만들어져 보관 중인 제품에 대해서는 폐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식약청은 “제조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처리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 의원은 “공정에 투입되기 전 혈액은 폐기시키면서, 이 혈액으로 만들어진 약품은 안전하다는 주장 자체가 모순”이라며 “7월 오염된 혈액으로 만든 제제와 에이즈 감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오는 등 시중에 유통된 혈액제제가 안전하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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