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25 15:50
수정 : 2005.01.25 15:50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을 나이별로 구분해 보면 소아 환자가 가장 많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2살 미만이 제일 많다. 부모들은 아기가 울거나 보채거나 열이 나면 그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응급실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이 때 대부분의 아기들은 응급실에 오면 더 우는데, 반대로 응급실에만 오면 울음을 뚝 그치는 아기들도 적지 않다. 집에서는 아무리 달래고 얼러도 울기만 하던 아기가 응급실에서는 방긋방긋 웃는다고 보호자가 멋쩍거나 황당해 하기도 한다. 응급실에 오면 더 우는 아기들은 대부분 만 2살 이상이다. 그 반대로 응급실에 오는 도중에, 혹은 응급실에 와서는 울음을 그치는 아기들은 2살 미만의 아기들이 많다.
2살 미만의 아기가 집에서는 울다가 집 밖에서는 울음을 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아기가 우는 원인을 생각해 보면 2살 미만의 아기는 주위 환경 때문에 가장 많이 운다. 여기에서 환경이라 하면 아기를 불편하게 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즉 배고픔, 목마름, 젖은 기저귀, 더위와 추위, 답답함 등이다. 응급실에도 이런 이유로 오는 아기가 적지 않지만 실제로 환경의 문제로 우는 아기들은 대부분 집에서 아기의 환경을 적절하게 바꿔 주므로 집에서 울음을 그치는 경우가 많다. 즉 병원까지 오는 비율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응급실에 올 정도로 아이가 우는 경우 가운데 ‘신생아 산통’이 있다. 신생아 산통은 경험 없는 보호자나 응급실 초보 의사들을 아주 혼란스럽게 만드는 병이다. 왜냐하면 환경 문제로 울고 보채는 아기와 마찬가지로 집에서는 자지러지게 울던 아기가 응급실에 오면서 거짓말처럼 울음을 그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차를 타고 응급실에 오는 도중에 울음을 그친다. 말하자면 차를 타는 것이 치료인 셈이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신생아 산통의 원인이 아기의 배 안의 찬 공기 때문에 느끼는 불편함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차를 타면 차의 흔들림 때문에 이 공기가 이동하면서 배 안에서 분포가 달라져 배가 편안해지기 때문에 좋아진다고 추측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증상이 매우 비슷하면서 늦게 진단되면 매우 위험한 질환이 있다. 아기가 심하게 울거나 보채다가 저절로 울음을 그치는 것을 반복하는 장중첩증이 바로 이 질환이다. 이는 늦게 진단하면 매우 위독하므로 잘 구별해야 한다. 장중첩증은 아기의 대변에 건포도 젤리와 비슷한 피가 약간 묻어 있는 특징이 있으므로 이유 없이 5~10분 간격 정도로 주기적으로 우는 아기라면 꼭 대변을 확인해야 한다.
아기 울음의 원인 가운데 신생아 산통 다음으로 많은 것이 변비이다. 그러므로 아기가 이유 없이 울고 보챈다면 보호자로서는 먼저 아기를 불편하게 하는 환경을 살피고 변비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른들은 남을 속이거나 꾀병을 부릴 수도 있지만, 아기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이유 없이 우는 것처럼 보일 때도 반드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아기가 이유 없이 우는 것처럼 보일 때에는 먼저 환경을 살피고, 변비 여부와 신생아 산통의 가능성, 그 다음 장중첩증의 가능성을 살피고, 마지막으로 특별한 질병 가능성을 찾는 것이 보호자나 의사 모두에게 필요하다.
김승열 안동성소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notwh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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