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고령화와 함께 노인 자살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노인 우울증이 중요한 자살 원인으로 꼽히며,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노인 자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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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고있는 노인자살의 가장 큰 원인
분노·절망 드러내거나 외로워하고
못 자거나 머리·배 아픈 증상 보여 대법원장을 지낸 한 인사가 최근 한강에서 투신 자살을 한 사건을 계기로 노인 자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노인 문제를 겪고 있다. 노인 자살의 급격한 증가도 대표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다. 2003년의 노인 자살은 3612명으로 하루에 10명꼴이다. 이는 2002년보다 900여명이, 1998년보다는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또 자살자 가운데 노인 비율도 매우 높아 2003년의 경우 전체 자살자의 33%가 60살 이상 노인이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노인 인구 비율이 빠른 속도로 커지는 인구 고령화, 전통적 의미의 가족 해체 등 여러 사회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노인의 자살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면서 “의학적인 영역에서 보면 노인들의 자살 원인으로는 여러 신체적인 질환과 함께 심리적인 불안, 외로움 등 때문에 겪게 되는 노인 우울증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의들은 또 노인 우울증은 다른 신체적 질환이 있는 경우 감별이 어려워 주변 사람들은 물론 스스로도 알아차리기 힘들기 때문에 치료 받을 가능성이 낮아 더 큰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노인 자살의 원인은 대부분 노인성 우울증과 관계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노인 우울증은 65살 이상 노인 인구의 5~10% 정도가 앓고 있을 것으로 흔한 질환이다”고 설명했다. 노인 우울증은 노인에게 가장 많은 정신 질환의 하나이며, 기분이 가라앉거나, 절망감, 우울감, 무력감 등의 정신적 고통 뿐만 아니라 수면 장애, 두통, 복통, 식욕 감퇴 등의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노인 우울증은 주변 환경 변화에도 영향을 많이 받아, 이사나 가족 관계의 변화 때문에도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또 일단 치료됐다 하더라도 재발이 매우 흔하며, 젊은 사람들의 우울증보다 자살 기도의 가능성과 성공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노인 우울증의 증상은 노인이라면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으며, 게다가 핵가족화로 노인 부부만 살거나 혼자 사는 노인도 많아 방치될 가능성은 더 커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 다른 신체적 질병을 가진 경우에도 동반될 때가 많아 주변 사람은 물론 본인도 알아내기 쉽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센터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다른 신체 질환으로 입원한 노인 환자의 36% 정도가 우울증 의심 환자로 분류됐으나, 이 가운데 5명 가운데 한 명 정도만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센터 교수는 “따로 사는 부모를 방문했거나 전화 통화할 때 평소와 다르게 기억력 장애, 분노감, 절망감, 외로움 등의 감정 이상 등을 보이거나, 이유 없이 불면증, 식욕부진, 복통, 두통 등을 호소하거나 활동력이 떨어졌다면 우울증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자신이 중대한 병에 걸렸다거나, 큰 죄를 지었다는 등의 망상과 같은 정신 질환 증상이 있어도 노인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오강섭 교수는 “특히 가족 가운데 우울증, 고혈압, 뇌졸중 등을 앓았던 사람이 있거나 본인이 앓고 있는 경우, 관상 동맥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폐경 뒤 갱년기 증상이 심한 여성, 노년기에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등은 노인 우울증 발생 가능성이 크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다행히 노인 우울증도 일반적인 우울증과 같이 치료에는 잘 반응해 70~80%는 좋아지나, 치료를 중단하면 1년 뒤에는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5년 뒤에는 네 명 가운데 세 명이 재발할 정도로 재발률이 높다. 노인성 우울증의 예방으로는 가족, 친척, 친구와의 신뢰 관계 등이 매우 중요하며, 일정한 취미 활동 및 대외 활동 등도 증상 방지에 도움이 된다. 신체 질환으로 나타나는 통증이 우울한 기운을 불러 일으킬 수 있으므로 지병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알코올은 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산물이 우울한 마음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과도한 음주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노인변비 추울때 더욱 위험
꾸준한 운동과 야채 섭취를
노인들에게 가장 흔한 소화기 증상의 하나인 변비는 추위 때문에 활동량이 줄어드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박영숙 을지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5일 “겨울철 들어 70살 이상의 노인들을 중심으로 변비 환자가 봄, 가을에 비해 대략 40% 정도는 늘었다”고 말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있는 변비는 일주일에 2번 이하로 변을 보거나, 변의 형태가 딱딱하고, 변을 본 뒤에도 남아 있는 느낌이 드는 증상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노인들의 변비 증상은 변을 보는 횟수가 줄기보다는 변을 볼 때 과도한 힘이 드는 증상이 더 많다. 이 때문에 고혈압, 심장병 등을 평소 앓는 경우 변을 보다가 뇌졸중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질환이 없는 노인들은 겨울철 변비를 예방하려면 실내 맨손체조, 걷기 등 꾸준한 운동으로 적절한 활동량을 유지하고, 야채 등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물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또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특히 건조한 기후를 감안하면 물을 하루 5컵 이상 마시는 것도 꼭 필요하다. 이 때 찬물이 더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따뜻한 차 등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대변을 참거나 변비약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도 변비 악화 요인이므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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