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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7 11:35 수정 : 2005.09.07 11:36

나이가 65세 정도인 아주머니가 오신 적이 있다. 이분은 오는 때가 정해져있다. 이분이 오시면 왜 오셨나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분은 병원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단을 받았는데 그럭저럭 지내다가 한 번씩 심하게 관절이 아팠다.

이분은 딸이 여러 명 있었다. 셋째 딸은 가까운 곳에 살아 자주 들렀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 안가게 되었다. 그 집에만 갔다 오면 병이 나서 온 몸의 관절이 안 아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딸은 출근하는 남편에게도 밥을 제대로 차려주지 않고, 아이들에게는 음식을 시켜주며, 또 어쩌다 음식을 해도 며칠씩 설거지를 하지 않고 그릇을 지저분하게 그대로 둔다는 것이었다.

그 정도는 자신이 가서 좀 도와줄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딸이 매일 나다니고 씀씀이도 커 카드 빛까지 많다고 한다. 주위에서 걱정하는 말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그렇게 생활을 해서 큰 걱정이라고 했다. 이분은 그래도 딸이라 걱정이 되어서 한번씩 들르면 속상해서 병이 나곤 했다. 그래서 이분이 오시면 또 딸네 집에 다녀오신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이 너무 속이 상하거나 미움이 쌓이면 가슴에 응어리가 진다. 미움은 증오를 낳고 증오는 강한 분노를 낳는다. 그 분노는 가슴 한 가운데에 있는 단중혈이라는 곳을 막는다. 단중혈이 좀 심하게 막힌 사람은 대부분 가슴 가운데를 손으로 눌러보면 아프다.

단중혈이 막히면 세상이 어두워 보인다. 단중혈에 조금이라도 여분의 공간이 있어야 마음에 여유와 기쁨이 있게 된다. 이곳이 막히면 나에게 즐거운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자신은 우울하고 불쌍한 존재로 생각하게 된다. 이유 없이 화와 짜증이 자주 나고 남과 이야기도 하기 싫어진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공격하는 적으로 보인다. 이 상태가 심해지면 가슴에 쌓인 분노와 증오의 화기가 사지로 넘쳐나게 된다. 증오가 가슴의 공간을 다 채우고 넘쳐 온 몸으로 퍼져 팔과 다리의 관절까지 흘러가게 된다. 손과 발에서 이유 없이 후끈후끈 열이 나고 열이 쉽게 얼굴로 오르기도 한다. 또 이 분처럼 관절이 아프기도 한다.

처음에 이 분은 자신이 왜 그런지 몰랐었다. 오실 때 마다 몇 번씩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드렸다. 나중에서야 자신이 그럴 때마다 아프다는 것을 이해하고 딸집에 발길을 끊었다. 사람이 화났을 때 나오는 독은 뱀독만큼이나 독하다고 한다. 화가 모여 미움이 되고 미움이 모여 증오가 되면 사실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은 그 미운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다. 자신의 증오심이 자신의 생명력을 죽여 간다. 언제나 그렇듯 사랑과 자비라는 성인의 가르침은 어떤 약보다도 위대한 것 같다. / 한의사 권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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