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13 18:37
수정 : 2005.09.14 17:29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바로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두고 한 말이었나 보다.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가족과 생활 터전을 잃은 생존자들은 하루하루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수해를 당해 보면 먼저 깨끗한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하수와 분뇨, 그리고 정체불명의 화학 물질이 섞여 있는 홍수 속의 물은 각종 질병의 온상이기 때문이다. 실수로 오염된 물을 마시면 대장균이나 이질균에 감염돼 설사, 복통,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상처 난 피부에 물이 닿으면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릴 수 있다. 이번 카트리나 재해지역에서도 비브리오패혈증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 밖에도 여기저기 고인 물에서 빠르게 번식한 모기가 뇌염을 비롯한 각종 전염병을 옮길 위험이 크며, 서식처를 잃고 방황하던 뱀은 뜻밖의 곳에서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 반면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방치된 주검이 전염병을 전파할 위험은 낮다. 다만 주검을 다루는 사람은 주검의 체액과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안전한 물을 구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는 흔히 ‘락스’라고 불리는 액체 염소계 표백제를 사용할 수 있다. 염소계 표백제는 강한 살균력을 지니고 있어 물 1리터당 두 방울 정도 떨어뜨린 뒤 저어서 30분 이상 두면 기생충은 어쩔 수 없지만 웬만한 세균은 없앨 수 있다.
노약자와 환자,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빈곤층은 의료진의 손길이 최우선으로 닿아야 하는 대상이다.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는 한두 번만 투여 시점을 놓쳐도 치명적일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 수치가 갑자기 올라가 심한 탈수증에 빠지지 않도록 물이나 저칼로리 음료를 미리 확보해둬야 한다.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는 사람의 육체만 고달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세계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피해자들은 사태가 마무리 된 뒤에도 불면, 악몽, 공포감, 실어증, 절망감, 분노, 극단적인 감정기복 등이 나타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릴 수 있다. 이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증상을 거의 모두 포함할 뿐 아니라 경련, 두통과 같은 신체적 고통을 일으킬 수 있고, 그 피해가 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재민들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해마다 태풍과 홍수 피해를 입고 있다. 오는 태풍을 막을 수야 없겠지만, 태풍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재민에 대한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포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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