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을 처방 6개월새 5841건

병용금기·연령금기 불구 남발…실제 1명 사망도

함께 먹으면 심장마비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을 섞어 처방하거나, 어린이나 노약자가 먹을 경우 위험한 약을 주는 등 사고 가능성이 있는 처방이 6개월 동안 5800여건이나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된 진료비 명세서 3억여건을 확인한 결과, 사망이나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병용 금기’(섞어 먹으면 안 되는 약의 조합)나 ‘연령 금기’(어린이, 노약자가 먹으면 안 되는 약)에 해당하는 처방이 각각 3945건과 1896건 등 모두 5841건에 이르렀다고 15일 밝혔다.

이 가운데 실제 조제가 이뤄진 건수는 병용 금기의 경우 3885건, 연령 금기는 1852건이었다.

실제 서울 남부지법은 1일 함께 먹으면 안 되는 ‘테르페나딘’과 ‘케토코나졸’을 처방해 이 약을 먹은 환자를 심장마비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의사와 약사에게 1억8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전 의원 쪽은 이 정도의 치명적인 병용 금기 처방도 17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병용 금기를 어겨도 의사나 약사에게는 해당 진료비만 삭감하고 아무런 불이익이 없기 때문에 이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문제있는 처방·제조를 한 병원이나 약국에 대해선 영업정지 등의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