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시험관 아기’ 20살 됐다

지난 1985년 10월 12일 오전 5시 장윤석(현 마리아병원 명예원장) 서울대 교수팀(이진용.문신용.김정구.윤보현.오선경)에 의해 제왕절개수술로 태어난 첫 시험관 아기 남매와 장윤석 교수. (서울=연합뉴스)

쌍둥이 중 여자는 대학 재학 중…남자는 군 복무 중

12일이면 국내에서 시험관 아기가 처음 탄생한 지 만 20년이 된다. 당시 남녀 쌍둥이로 태어나 20살이 된 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11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국내 첫 시험관 아기(쌍태아)는 지난 1985년 10월 12일 오전 5시 장윤석(74.현 마리아병원 명예원장) 서울대 교수팀(이진용.문신용.김정구.윤보현.오선경)에 의해 제왕절개수술로 태어났다.

첫째 여아는 2천630ｇ, 둘째 남아는 2천560ｇ으로 산모 및 아기들 모두 건강상태가 양호했었다는 게 수술을 집도했던 의료진의 설명이다. 이들 남매는 5분 차이로 태어났다.

현재 한사람은 대학에 재학 중이며, 한사람은 대학을 휴학하고 군복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아버지 천모(31)씨와 어머니 서모(28)씨 부부는 결혼 4년째였다. 서씨는 1983년 자궁외임신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나팔관이 폐쇄돼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서씨는 1984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서울대병원 시험관아기클리닉을 찾아 불임검사를 받은 끝에 시험관 아기 시술이 아니면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보통 시험관 아기 시술은 생리주기 때 과배란을 유도하는 약물을 일정 기간 투여한 후 난자를 채취해 이를 정자와 수정시켜 수정란을 얻은 다음 배양을 거쳐 자궁 내로 이식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장윤석 교수팀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데 성공, 85년 2월 25일 임신에 성공했으며 서씨는 10월 12일 제왕절개를 통해 쌍둥이 남매를 낳았다. 시술비는 300만원으로 지금(200만원) 보다 훨씬 비쌌다고 한다.

이 당시 장 교수팀의 시험관 아기 성공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싱가포르, 일본, 대만에 이어 4번째였으며 5만여명에 달하던 국내 불임부부들에게 큰 희망을 줬다.

쌍둥이 남매와 어머니 서씨는 그동안 학교 입학할 때마다 장 교수에게 들러 인사하는 등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얼마 전 군에 입대하기 전에도 장 교수를 방문했다고 한다.

장 교수는 "보통 쌍둥이는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쌍둥이 남매는 지금까지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컸다"면서 "학교 때 성적도 중상위권을 유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주변 사람들이 이들 남매가 시험관 아기라는 사실을 모르도록 언론에 노출하지 않았던 게 성장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 "애들 어머니가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남매에게 시험관 아기라는 사실을 말했는데 당사자들은 이미 중학교 2학년 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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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 기자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