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건강 |
[몸과마음] 세상소리 가려 듣는 ‘귀 밝은’ 이의 지혜 |
소리 중에는 듣기 좋은 소리도 있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도 있다. 소리 가운데 가장 듣기 싫은 소리를 많이 내는 건 사람일 것이다. 자연의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안정시켜주는 것이 많다. 고요한 산사에서 바람소리와 함께 들리는 풍경소리가 그러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소리도 그렇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소리나 계곡의 물소리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기운을 나게 한다.
사람들의 말은 다르다. 선한 말이나 아름다운 말은 듣는 이를 기분 좋게 하고 기운을 생동하게 한다. 하지만 사람의 악한 말만큼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기운을 떨어지게 하는 소리도 없다.
사람은 소리를 귀로 듣는다, 한의학에서는 귀가 신장 에너지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우리가 총명하다고 할 때 총은 귀가 밝다는 뜻이고 명은 눈이 밝다는 뜻이다. 즉 신장의 에너지가 왕성해서 귀가 본래의 기능을 왕성하게 해야 ‘귀 밝을 총’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먹을수록 신장 에너지가 고갈이 되어 귀도 잘 안 들리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소리를 듣는 우리는 계속 신장의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짜증과 화도 이 소리를 듣고 내는 경우가 많다.
귀로 듣고 내는 화는 주로 신장의 에너지를 상하게 한다. 어떤 인위적인 소리는 반사적으로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이 내는 선하지 않은 말도 짜증과 화를 불러와 순간순간 신장의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생각도 그렇다. 생각은 스스로 내는 내면의 말인데 이것이 지나치면 역시 신장의 에너지가 상하게 된다. 너무 애를 쓰고 생각을 많이 해서 신장 에너지가 역상하게 되면 갑자기 귀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이명이다. 또 나이가 들거나 과로로 인해 더 이상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고 남의 사소한 이야기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면 역시 어느날부터 귀에 소리가 들리고 멍해지게 된다. 모두 신장의 에너지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능엄경에 보면 관세음보살은 귀로 듣는 소리를 통해 해탈을 얻었다고 한다. 소리를 들으며 그 소리를 듣는 성품을 돌이켜 해탈을 얻었다는 것이다. 두 귀는 화와 짜증을 일으켜 총명함을 잃게 만들기도 하고 해탈을 얻게도 한다. 관세음보살처럼 두 귀를 통해 해탈을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귀를 통해 내면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자신의 숨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면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고, 다른 이에게 무수한 악한 말들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자연히 남에게 부드러운 말을 쓰게 되고 자신의 정기도 보전 할 수 있다. 당연히 신장의 에너지도 고갈이 덜 될 것이다. / 한의사 권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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