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험관 아기 1호' 천희-천의 남매 스무번째 생일
"어려운 과정 거쳐 생명주신 부모님.의사선생님께 감사"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저희를 세상에 나오게 해주신 부모님과 의사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국내 최초의 '시험관 아기'인 천희ㆍ천의 쌍둥이 남매가 12일 스무번째 생일을 맞았다.
이들은 이날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에서 열린 `체외수정시술 20주년 기념회' 기자회견에서 "초등학교 때 처음 우리가 시험관 아기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몰랐다"며 "나이가 더 들면서 태어난 과정이 남다르게 힘들었다는 것을 알게 돼 더 소중한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남매는 1985년 10월12일 오전 5시 장윤석 서울대 교수팀(이진용.문신용.김정구.윤보현.오선경)에 의해 제왕절개수술로 태어났다.
출생 당시 각각 2.63kg과 2.56kg의 아기였던 이들 남매는 건강히 자라 현재 천희양은 대학교에서 컴퓨터정보학을 공부하는 교사 지망생이고 동생 천의군은 대학 1년(경영학 전공)을 마치고 현역 입대한 육군 통신병이다.
지금은 흔한 시험관 아기 시술이지만 당시 이들의 탄생은 싱가포르, 일본, 대만에 이어 아시아에서 4번째로 거둔 의학적 쾌거로 꼽혔다. 5만여명에 달하던 국내 불임부부들에게 새 희망을 보여준 순간이기도 했다.
남매의 부모인 천근엽(51)씨와 서정숙(48씨는 당시 결혼한 지 4년만에 서울대병원 시험관 아기클리닉을 찾았다. 서씨는 자궁외 임신에 따른 수술 등으로 나팔관이 폐쇄돼 시험관 아기 시술 외에는 임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시험관 아기는 생리기간에 과배란을 유도하는 약물을 투여해 난자를 채취한 뒤 이를 정자와 수정시켜 수정란을 만들어 배양, 이를 자궁에 이식하는 과정을 거친다. 당시 시술비는 300만원. 화폐가치를 감안하면 지금(200만원)보다 훨씬 비싼 수준이었다. 서씨는 "어렵게 아이를 얻었지만 동시에 애들이 시험관 아이라는 주위의 부담스런 시선에 삐뚤어지지 않을까 걱정이었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별 탈 없이 자랐고 출생배경에 대해서도 본인들이 먼저 잘 이해하는 속 깊음을 보여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시술을 맡은 장윤석(74)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금은 시험관아기 성공률이 회당 40%에 달하는 등 기술적으로 큰 진전을 보였다"며 "아이를 못 가지는 부부를 위한 이런 시술이 저출산 시대에 더욱 큰 의의를 가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태균 기자 ta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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